내 곁의 시 한편
두더지도 살고 참깨도 사는 길
고재종            

텃밭에 참깨씨를 뿌려놨더니
참깨순 쑥쑥 오른다, 오르는데
요런 요망한 두더지들이
땅 밑으로 이 길 저 길 내는 통에
참깨순 다 죽는다, 다 죽어선
어디 한번 해보자, 전쟁을 선포하고
그놈들 잡겠다고 골머리를 싸매지만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더더욱 낮만 아니고 밤에도 길을 내니
요령부득이다, 요령부득인데
옆집의 쭈그렁 꼬부랑 할머니
그놈들 지나가 흙 부푼 길목 길목에
대꼬챙이를 박아두란다, 박아두었더니
신기하게도 더는 길을 내지 않는다
하고 희한해서 이유를 여쭈니
그놈들은 눈이 어둡당께
주둥이만으로 길을 뚫는당께,
주둥이가 부딪치니 지가 워쩔 것이여!
그러나저러나, 그러면 그놈들은
이제 어디로 길을 낼 것인고 했더니
다 저 살 길을 뚫는당께,
저도 살고 참깨도 사는 길을 뚫는당께,
길을 뚫는다고 해서 다 길이 아니랑께!
그 말을 알아들은 듯 나보다 먼저
참깨순은 마냥 일렁이는 게 아닌가.


집에 갈 때
정봉자 - 상주 청리국교 4년            

나비가 지붕에 앉을라 카다가
또 하늘 높이 날아갔다.
중학교에는 아이들 소리도 안 들리고
물결 소리만 들리고 있다.

*카다가 : 하다가, ~ 고 하다가.

1964.4.4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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