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호박젓국
장석주            

어린 별 두엇 떠 있는 초저녁 하늘을 보며 마당을 건너
와 저녁밥을 짓는다. 그렇잖아도 뭘 먹을까, 하던 참에
태정이 어머니가 텃밭에서 딴 애호박 두 덩이를 갖고 어
둑어둑한 어둠 밟으며 내려온다. 애호박 썰어 참기름 두
른 냄비에 볶은 뒤, 마늘 한 숟갈, 새우젓 한 숟갈, 고춧
가루 약간, 물 한 컵 넣고 자작자작 물 졸아들 때까지 끓
인다. 날 궂어 창호지 바른 문짝에 싸락싸락 싸락눈 부
딪치는 초겨울 저녁나절 쌀뜨물 받아 새우젓 풀어 끓인
어머니의 호박젓국이 내 피를 만들고 뼈를 키웠다. 오늘
은 쌀뜨물 없으니 맹물로 끓인다. 흙냄새 향긋한 애호박
이 참기름 새우젓 속에 뒹굴며 제 속에 지그시 품고 있
던 진국을 기어이 토해낸다. 이 슴슴하고 따뜻한 호박젓
국을 뜨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열무김치 놓고 밥 한 공
기 뚝딱 해치우는 동안 밤하늘엔 집 나온 별들이 더 많
아졌다. 호박젓국은 씹을 틈도 없이 녹고, 입맛이 동해
밥 한 공기 더 뜨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는다. 다시 마당
에 나오니 슬하에 저녁마다 된똥 누는 말 안 들어 미운
일곱 살짜리 아들이라도 하나 두고 싶은 적요寂寥가 사
방에 꽉 차 있다. 어린 아들이라니! 숫국의 삶은 이미 멀
어져 버렸으니 그건 분수에 맞지 않다. 그저 새초롬한
앵두나무 두 그루와 어여쁜 시냇물 소리나 키우는 수밖
에 없다. 지금쯤 신흥사 저녁 예불 알리는 범종梵鐘운 뒤
설악산 화채봉 능선 위로는 보름 지난 달 둥두렷이 떠올
랐을 게다.


정홍수 - 상주 청리국교 4년            

밤송이 벌어지고
알밤만 툭툭 하고.
아이들도 알밤 주로
올라오고.
아이들은 밤나무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알밤에 바트리고 하다가
집에 가고 하지만
밤은 연신 툭툭 하고 니쩐다.
아이들은 연신 주면성
난 작기 주웠다 한다.

1964년 9.21

*주로 : 주우러,
바트리고 : 부딪히고, 받히고, 얻어맞고
니찐다 : 니찐다. 떨어진다.
주면성 : 주우면서
작기 : 작게. 적게. 조금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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