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때늦은 예감
김미령            

참기름병이며 보리쌀 등속이 가득 실린 짐보따릴 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보니
방금 전에 있던 버스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바닥엔 무심한 검은 기름떼
검표원은 딴 데 알아보라는 듯 멀뚱히 쳐다보고
차를 기다리며 조는 사람들 희멀겋게 분 어묵 같다
다시 나와도 차는 없다
오줌내 지린 컴컴한 화장실에서 몸 떨고 나와보니
바뀐 하늘
막대걸레 뒹구는 짐칸에 한쪽 귀퉁이가 축축히 젖은
펼치기 민망한 나의 보따리
저 혼자 멀리 가고 있다
어이없이 맑은 저녁이다

금방 가버린 것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이다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은 이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저만치 풀을 뜯던 소가 뒷다리를 끌어다 귀 뒤를 긁고 있었다
배추 속잎같이 아득하고 희부연 저녁이었다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전화를 받고도 왠지
담담했던 이른 저녁, 그 희미한 경계
너무 멀리 가버린 것들이지만 이제야 알 것 같은
때늦은 예감들이 잔잔한 슬픔으로 밀려온다


나무잎
최인순 - 상주 청리국교 4학년            

나무잎 헌들거리는데
이퍼리만 헌들거린다.
또 한참 보니 가지도
헌들거린다.

*이퍼리 : 이파리, 잎사귀. 잎

1964년 4월 29일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