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장마
김혜순            

귀신들은 언제나 투덜투덜, 그래요
그중에서도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이 제일 시끄럽죠
첫사랑에 빠진 귀신은 의외로 추적추적 조용하게 오고요
미친 여자 귀신은 조금 무섭게 오죠
머리칼에 번개가 붙어 오니까요

호수는 그렇게 세게 두들기면 안 돼요
두드린 자리마다 핏물이 올라와요

입에서 지렁이가 나오는 저 여자
너무 두들기진 마세요
매일매일 두들겨 맞으니까 입에서
지렁이가 한 가마니 두 가마니 쏟아지잖아요
나중엔 제 내장까지 꺼이꺼이 다 토하고
빈 몸으로 뭉개지네요
냄새 한번 요란하네요

숲 속에서 산귀신에게 당해보았나요?
입속에서 한없이 뻗어나오는 넝쿨을 꺼내
넝쿨마다 푸른 혓바닥 주렁주렁 매달아
그 혀들이 밤새도록 떠들게 하더라니까요
귀신들은 참 질기게 시끄러워요
갔다가 돌아오고 쫓아내도 찾아오고
제삿날 온 집 안에 퍼지는 연기처럼
투덜투덜 침방울 천지에 튀긴다니까요

호수가 수천 개의 입을 벌려 떠들기 시작했어요
이제 누가 저 벌건 입술들을 틀어막지요?
아이구 천지사방이 호수네요 벌겋네요


꽁 지키기
이승영 - 안동 대곡분교 3년            

아침마다 지게를 지고 꽁 지키로 앞 밭에 간다.
꽁은 온 산에서 껄껄 하고 운다.
밭에서 워, 워, 하고 쫓으니
꽁은 예쁜 소리로 울며 날아가고 있다.
콩 잎사귀들은 모두 해님을 쳐다보고 있다.

1970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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