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호박죽
이준관            

어머니는 호박죽을 끓이신다.
어머니가 끓이시는 호박죽 위에 뜨는 따뜻한 불빛들.
머언 산맥을 지나가는 소나기에도
푸르게 젖던 너른 호박잎의 귀.
호박벌이 눈부시게 날개 펴던 소리.
해를 따라가며 짖어대던
개 짖는 소리.
어머니는 호박죽을 끓이신다.
담장 위 호박꽃은 불붙고.
호박꽃 속에 숨은 어머니의 마을.
호박의 살 속에 박힌 천둥 소리.
별보다 더 많이 날아다니던 반딧불들.
한밤중에도 끓던 地熱에의
뜨거운 입맞춤.
어머니는 호박죽을 끓이신다.
새떼들이 흩어졌다 모여들며
완성해 내는 푸른 나무의 아침 속으로
부풀어오르던 호박.
항시 깊은 수맥에 닿아 있던
어머니의 항아리.
손때로 닳고닳은 문기둥의
그 정겨운 빛깔과 냄새의.
어머니는 호박죽을 끓이신다.
우리들 몫으로 놓여진 죽그릇도
조용히 끓는다.


이슬
김찬희 - 안동 대곡분교 3년            

이슬이 내렸네.
곱게 곱게 내렸네.
어예서 내렸노?
내리구저와서 내렸지.
이슬이 어예서 생겼노?
생기고저와서 생겼지.
풀에 묻혀 있다가
햇빛이 비치니 말라 부고 없다.
이슬이 웃다가 없어지는 것 같다.


1970년 5월 12일

*어예서 : 어째서. 어찌해서.
내리구저와서 : 내리구 싶어서. 내리고 싶어서.
생기고저와서 : 생기고 싶어서
말라 부고 : 말라 버리고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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