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복도들 1
김 근            

저 사나운 아가리에서부터 신성한 똥구녕으로 이어지고 마는
배아지 속으로, 멀쩡히 그가 나를 끌고 들어온다 이 길고 둥근 통
로에는 거칠고 반짝이는 비늘은 없으나 보드라운 살이랑 물컹하
게 출렁이는 바닥과 벽, 에 달린 어둡고 축축한 문들 미끌미끌한
손잡이가 몇 개씩 달린 그 많은 문들의 주소 알 수 없고 그 문들
열리기가 안으론지 바깥으론지 또한 가늠할 길 없는데 해설라무
네 여기는 그의 배아지 속일거나 내 배아지 속일거나 내 먹이일거
나 그가 그의 먹이일거나 내가 아니면 그와 나는 또 누구의 여태
도 소화되지 못하고 썩은 내 풀풀 풍기는 살점이나마 듬성듬성만
붙어 있는 뼈다귀일러나, 오뉴월 개 혓바닥만큼이나 축축 늘어지
는 말, 이 흘리는 침 한 사발 꿀떡꿀떡 받아 마시기나 하는 그와
내 시간의 바깥 쪽 저 사나운 아가리에서부터, 오긴 했으나 들지
도 나지도 못하고 그저 있기만 하는 여기를, 신성한 똥구녕 밖까
지 쉭쉭거리며 바람 한 줄기 지나, 간다 그가 나를 끌고 더 깊은
배아지 속으로 들어. 간다 바람에서 무슨 평생 수절한 홀애비 냄
새라도 번져 나나 내 얇은 손 꺾어 잡고 그가 미끄덩거리는 문의
손잡일 돌리자 홱, 그의 얼굴이 바뀐다 온전히 그도 아니고 그 아
닌 것도 아닌 그의 얼굴 다시 희미해지고 오살헐 문들 문들의 손
잡이들 너무 많다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아
예는, 온전히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채 쉼 없이 꿈틀거리만 하
는 여기 이 혼곤한 배아지 속, 행방마저 그만 묘연해져버린 나는,


버들강아지
이수자 - 안동 대곡분교 2년            

태기야, 을자야, 성순아, 마구 날 보래.
버들강아지 먹어 보래. 안 씨워, 먹어 보래.
을자야, 니는 씨와?
나는 씹다.
경자야, 니는 안 씨와?
경자는 맛 좋다 한다.

1970년 3월 28일

*마구 : 모두
보래 : 봐
안 씨워 : 안 써. 안 쓰다.
씨와? : 씨냐? 쓰냐? 쓰니?
씹다 : 씨다. 쓰다.

저와 같이 맛 좋다고 하는 경자가 반가웠던 것이다.
이렇게 동무들과 재미나게 지껄인 말도 시가 될 수 있다.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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