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검은 물
이병률            

칼갈이 부부가 나타났다
남자가 한 번, 여자가 한 번 칼 갈라고 외치던 소리는
두어 번쯤 간절이 기다렸던 소리
칼갈이 부부를 불러 애써 갈 일도 없는 칼 하나를 내미는데
사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들어가기엔 좁은 욕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
칼을 갈다 멈추는 남편 손께로 물을 끼얹어주며
행여 손이라도 베일세라 시선을 떼지 않는 여인

서걱서걱 칼 가는 소리가 커피를 끓인다
칼을 갈고 나오는 부부에게 망설이던 커피를 권하자 아내 하는 소리
이 사람은 검은 물이라고 안 먹어요
그 소리에 커피를 물리고 꿀물을 내놓으니
이 사람 검은 색밖에 몰라 그런다며,
태어나 한 번도 다른 색깔을 본 적이 없어 지긋지긋해한다며 남
편 손에 꿀물을 쥐어준다
한 번도 검다고 생각한 적 없는 그것은 검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사내의 검은 어둠이 갈아 놓은 칼에 눈을 맞
추는데
희다 못해 저절로 눈부신 칼날이
집 안 가득 떠다니는 지옥들마저 베어낼 것만 같다
불을 켜지 않았다
칼갈이 부부가 집에 다녀갔다


내 얼굴
김선모 - 안동 대곡분교 2년            

내 얼굴은
만날로 그렇다.
하루도 다를 때가 없다.
내 얼굴은 인물도 없고
이도 다 빠질라 한다.
인물이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되지.

1969년 11월 12일

*만날로 : 언제나, 늘
인물 : 사람의 생김새.
'인물도 없고'는 '생김새가 못나고'란 뜻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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