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시 한편
울타리
이동순            

사람에겐 원래
울타리란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울타리를 엄숙한 표정으로 세워 놓고
이곳에 없어선 안될 것처럼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을 부근에서 살아가는
초목금수들도 이젠 이런 버릇에 길이 들었다
지난해 풍우에 무너진
뽕나무 울섶을 고쳐 세웠더니
참새 동박새 도르레미란 놈들이
장독간에 널어놓은 엿질금을 보고 몰려와서
곧장 그곳으로 앉질 않고
울바자 끄트러미에서 오래 주위를 살피다가
한순간에 후루룩 나려앉곤 한다
앉아서도 그저 초조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열이면 열 마리가 모두 그렇게 한다
괜시리 철조망 탱자가시 하다못해 노끈이라도 둘러쳐서
이쪽 저쪽을 갈라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버릇 고약함이여


나무
김성환 - 상주 청리국교 4년            

운동장에 있는 나무
주렁주렁 땅을 내다본다.
팔마구리열매 떨어질랑말랑
땅 내려다보네.
새움이 하하하, 하며 웃는 것 같다.
그늘이 굉장히 크게 보인다.
초록색 파랑색 울긋불긋하게
하얗게 비쳐준다.
바람이 솔솔 아. 시원해라.
나무는 곱기도 해라.

* 새움 : 움. 새싹. 새눈. 맹아리.

196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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