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그때 달은

허수경

그때 달 하나 마치 나를 그릴 것처럼 저 혼자 내 속에서 돋아나
더니 내 속을 빠져나가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에 감추어져
있던 나는 그렇게 빛 아래 서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내 속은 달을 돋아나게 했을까, 일테면 파충의 기억
을 내 속은 가지고 있었던가)
후두둑 까마귀가 날아가는 소리 컹 컹 늑대 우는 소리 저 먼 산
이 나무들을 제 품 속에서 끄집어내어 올빼미를 깃들게 하고
(그때 또 달 하나 저 혼자 내 속에서 돋아나더니 내 속을 빠져
나가)
먼저 걸어나간 달이 새로 걸어오는 달을 성큼 집어먹자 산은
얼른 깃든 올빼미를 품으로 끌어안아 들였습니다
(그때 또 달 하나 저 혼자 내 속에서 돋아나서는 내 속을 끌고
허공으로 걸어갔습니다)
달을 집어먹은 달은 새로 걸어오는 달과 내 속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빛 속에 서 있던 나는 내 속을 성큼 집어먹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내 속에서 돋아든 달과 내
속을 집어먹은 나는 그렇게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일

임영민 - 거창 샛별국교 5년

나는 군대 가는 게 걱정이다. 군대 가면 기합도 받고
하여튼간 죽어난다. 밥을 많이 못 먹는다. 살도 많이 빠
질지 모른다. 절벽에서 밧줄 타고 내려오고, 물 속에 퐁
당 빠지고. 나는 수영을 할 수는 있는데 깊은 데는 빠지
기 싫다. 그리고 손으로 기왓장도 깨야 한다. 손이 아파
서 큰일났다. 그것도 못하면 기합도 받는다.
그러면 나는 군대 대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왜냐? 대
장이 되면 이런저런 것도 안 한다. 그래서 대장이 좋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대장도 하기 싫다. 하여튼간에 군
대 가는 게 걱정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걱정거리가 있다. 대학 들어가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공부 잘해 가지고 좋은 대학
들어가라고 하신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많
이 해야 한다. 잠이 와도 참아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해
야 된다. 더군다나 나는 게을러서 공부하기가 싫다. 좋
은 대학에 못 들어가면 아버지 어머니께서 꾸중을 하신
다.
대학 안 들어가면 안되나? 좋은 대학 들어가야 잘
산다고 한다. 일본 같은 나라는 좋은 대학 나와도 이발
소 일이나 접시 닦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좋은 대학 나
와야 잘산다는 생각을 고쳐야 되겠다.

봄날 처럼 따뜻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