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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 |
| 문인수 |
지리산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계속 스멀거린다.
저런, 온 데가 근지러운 털거죽을 뒤집어 쓴 채 어디
다친 사내는 캄캄하게 엎드려 있는 것이다.
운명에서 번진 푸른 시간이 사방 막막하다.
쟁깃날하고는 달라서 영 까바지지 않지만
아, 반달은 혀다.
골짜기에 몰린 어둠, 어둠 속의 길을 깊이 핥고 있다.
가슴 한복판에 드러나는 아픈 뼈의 저 흰 그늘,
반달곰의 반달은 낙인이며 상처다.
제 등줄기의 산악을 밤새도록 넘어가는 것인데
조릿대, 댓잎 스치는 소리가 요요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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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 |
| 안영숙 - 안동 길산국교 6년 |
저녁때가 되니
잠자리들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벌떼 같았다.
한참 동안 바라보니
잠자리는 이상하게도
무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들끼리
내가 보는지 몰라서
부끄러움도 없이
예쁘게 무용을 하고 있었다.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갑자기 확 날아갔다가
또 모여들어서
정말로 예쁘게 보였다.
어느 누가 질들였는지
참 예쁘게도
무용을 가르쳤다고
생각했다.
1977.6월
*질들였는지 : 길들였는지
내가 보는지 몰라서 : 내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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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