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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 박물관 어린이용 이음독무덤 |
| 김혜순 |
부소산성 안 낙락장송 곁에
내가 또 그대 이미지로 집을 짓는다
텅 빈 주춧돌 위에 기둥을 박고
문설주엔 고운 발을 늘이고
서방님 어서 드시지요
청바지 입고 안경 쓴 내가 죽은 왕의 冠을 만들다
돌아올 낭군을 맞아들일 기다리는 여자의
집을 짓는다
준엄한 死者처럼 입을 열어 잘 웃지 않는 나의 낭군
혼자 웃으며 나는 물을 긷고 돌을 나른다
골목에선 웃는 사람들
산성 아래를 지나는 백제 사람들의 목소리
햇발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핥는다
우리가 공기를 먹듯 공기도 우리를 먹는다
삭아 가는 서방님의 허리끈
삭아져 툭 떨어지는 손가락. 어느 날 아침 뼈를 떠나는 살들
소정방이 임금님과 신하 7백을 묶어
백마강 중국 배에 태워 당나라로 끌고 가버린 날처럼
아무도 없는 텅 빈 그곳이 문득. 남는다
내 말의 집 바람에 다 날아가고 다 부서지고
청바지 입고 안경 쓴 내가 백제 그대 드시지요 이 곳으로
맞아 죽은 우리 아이는 머리와 몸을 끊어
두 개의 이음독 속에 넣었어요
이렇게 내가 안고 있잖아요
텅 빈 무덤을 껴안듯
내가 또 텅 빈 말을 껴안는다
내가 백제의 숨을 들이쉬듯
공기가 나를 들이쉰다 그리고
나를 삭인다
가슴살이 한 웅큼 뼈를 떠나
운동화 끈 위로 툭 떨어진다
깨어진 토기 사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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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밭 매기 |
| 박귀봉 - 안동 대곡분교 2년 |
낮에
큰구메에서
고추밭을 맸다.
아버지는 벗덕 맸다.
어머니도 벗덕 맸다.
나는
어서 매고 재달이 풀모자 만들어 준다
하면서 맸다.
1969.6.11.
*벗덕 : 퍼뜩,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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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