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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틈에 바침 |
| 박주택 |
가을이면 은행잎이 봄이면 벚꽃이
비가 내리면 매미 울음이 그치고
겨울이면 창문으로 바람이 새어들어 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되었을 때
나무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위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창에는 먼지 섞인 노래가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너의 문틈이 울고 목쉰 고양이가 운명의 노래에
갸르릉거릴 때 오래된 침대는 운명의 것이었지
바람의 것이 아니었다, 무거운 침묵 사이사이
말없이 이삿짐을 싸는 동안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눈보라 쳐 유리창을 흔들고
어디론가 흩어지는 눅눅한 옷처럼
꿀꿀거리던 나무들은 자신의 자리에 남아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기운들을 모아놓지 못했다
스스로 존중해야만 광폭함을 막을 수 있었던
시절들은 실감 없이 사라져 가고 트럭에 실리는
짐들만이 영혼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를 아는 듯
생을 마친 사람처럼 자신의 집에 눈동자를 묻는다
눈보라는 울려 퍼지고 목쉰 눈보라는 울려 퍼지고
손 닿지 않는 곳에서는 윤곽만 남은
전생의 손가락들이 탁, 탁 허공의 끈을 더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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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걱정 |
| 김점자 - 경북 안동 대성국교 2년 |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벼가 여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겨울에 먹을 벼가 없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고추를 따서 팔았습니다. 고추를 팔아서 돈을 가
지고 안동에 가서 겨울에 먹을 것을 사 오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겨울에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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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