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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 |
| 서규정 |
깨진 독이니
찢어진 할아리라 부르지 마라
흙과 땅 사이에 모든 나는 기분 나쁘다
간장은커녕 된장 고추장도 담을 수 없이
늙어갔으나
외양간 곁이 내 자리는 아니다
한때는 곡식을 채우고
열쇠를 감추며 신주처럼 모시지 않았니
뜬구름 저 비바람 속에
금이 가고 삭고 삭은 내 몸은
세월만 가득 채워져
민들레 홀씨가 가끔 찾아오고
봉선화가 실수로 피어나기도 했으나
내 몸에 녹슨 철사테를 두르고
끝까지 버텨왔던 한 가지는
누가 뿔껑 나를 들어 내팽개쳐줄 땅
조각조각 흩어지며 그때 제대로 한 번
큰소리로 울고
땅을 떠나 흙으로 가고 싶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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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하늘에도 슬픔이 |
| 이윤복 - 대구 명덕초등학교 4학년 |
8월 2 일 금요일 맑음
동생 윤식이가 어디서 매 새끼 한 마리를 잡아 왔습니다.
벌써 어미가 다 되어 가는 새였습니다. 윤식이는 하루 종
일 그 매 새끼를 가지고 놉니다. 방 한 구석에다 나뭇조각으
로 집을 지어 그 속에다 매 새끼를 가둬 놓고 윤식이는 태순
이와 밖에 나가 방아깨비 새끼를 잡아다가 방에 들어와서는
끽끽 소리를 내어 매 새끼가 입을 벌리면 방아깨비를 입에
넣어 주곤 합니다.
나는 가만히 방에 누워 윤식이와 태순이가 좋아하며 매 새
끼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매 새끼도
배가 고픈지 곧잘 받아먹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매 새끼의
어미를 생각해 봅니다. 다 키운 자식을 잃어버렸으니 그도
짐승이지만 얼마나 속이 아프겠나, 하고 생각하니 잡혀온 매
새끼가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윤식이를 보고 돌아누우며,
"윤식아, 그 새끼 날가 보내 조라."
"씨야, 와?"
"아무래도 못 살고 죽을끼다. 불쌍하잖나.?"
"어어응, 싫다."
"죽어 버리문 죄 받는다."
"씨야, 날가 보내 주면 저 엄마 찾아가겠나?"
"어디서 잡았노? 그곳에 갖다 놓으면 저 어미가 데리고
갈기다."
하고 말했더니 윤식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깜박거리며 매 새끼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밖에
서 참새가 짹짹 할 때마다 매 새끼는 제 어미가 온 줄 알고
찍찍 하며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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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때 "저 하늘에도 슬픔이" 라는 영화를 단체로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도 슬펐지만 그 시절 윤복이뿐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은 수 없이 있었지요. 이윤복은 마흔살을 조금 넘기고 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가출한 엄마의 소식은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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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