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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 이병률 |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헌 날 새들이 우는 소
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
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 줄 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 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
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
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月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어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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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농사는 흉년 |
| 이윤숙 - 경북 안동 대성국교 6년 |
올해 우리 마을에선 우리 집이 가장 흉년이다.
비닐 세 마끼 깔았지만 비료를 너무 많이 쳐서 고추가 안
됐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씀을 들었다. 아버지께서 계셨더라
면 비료를 너무 많이 칠 염려도 없지만 여자끼리 지으니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일꾼이 있다고 해도 엄마, 할머니 두 분이 열심히 정성껏
지었지만 농사는 잘되지 않았다. 비닐 세 마끼 깔았지만 여
태껏 고추 했는 것이 백 근도 안 됐다. 작년엔 고추가 잘되어
서 동네 어른들께서 날라 주셨지만 올해는 고추 농사가 워낙
안 되어서 할머니, 엄마, 나. 세 사람이 한 번씩 이고 오면 가
지고 올 것이 없다.
농사라곤 고추뿐인데 고추가 이렇게 됐으니 보리쌀, 쌀 등
은 다 사 먹어야 하는데 무엇으로 쌀, 보리쌀을 사 먹어야 하
나? 살긴 살아야 하지만 돈이 없자 엄마가 그릇 장사를 하려
고 하니 또 밑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다. 농사라
곤 고추뿐인데 고추가 안 됐으니 무슨 돈이 있겠나. 그래서
이웃집에 돈을 꾸어서 장사를 하고 있다.
마을에선 우리 집이 가난하다면서 엄마가 파는 물건을 사
는 분이 많다. 필요해서 사시는 분도 계시지만 불쌍해서 사
시는 분이 계시는 것 같다. 농사는 못 짓지만 그릇이라도 잘
팔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년에는 농사가 잘되어 고
생하지 않도록 농사가 풍년이 되어 우리 집에 웃음꽃이 피었
으면 좋겠다. 웃음꽃이 피도록 나도 열심히 힘껏 집안일을
도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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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