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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 이야기 |
| 안차애 |
빨강 파랑 두 색 끈으로 맺음법을 배웁니다
네모지게 각지게 재빨리 상처를 고정시키는 법
한 끈이 다른 끈을 감아 돌아 헐거운 틈을 메우는 법
각각 서로에게 기대는 것을, 묶고 묶이는 것을 허락하여
키가 두 배로 늘어나는 법
비로소 엮이고 휘감기고 묶여서 풍성해진 끈들이
강물처럼 흐릅니다
내가 이승에서 맺은 끈들도 부대끼며 흔들리며 흘러갑니다
굵게 마디져 있거나
낡고 닳아 헐거워졌거나
눈물에 적셔서 눅눅해져 있습니다
출렁이는 인연 너머로 부표처럼 흔들리는 당신을 봅니다
손끝 세워 고리매듭 하나 묶습니다
눈물방울처럼 둥글게 다가가 꼼짝없이 당신 심장에 걸리는
필생 필사의 구급매듭이지요.
Sink or swim.
둘 다 간신히 살아 나오거나 같이 물 아래로 잠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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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 |
| 정소영 - 경북 부림국교 3년 |
공부를 하다가 밖에 나가 보니 거지가 가고 있었다. 옷은
다 떨어지고 양말도 짝지 신발도 짝지였다. 한쪽 손에는 수
건을 움켜쥐고 얼굴을 가리면서 웃었다.
아이들이 놀리면서 꽃을 던져 주었다. 거지는 그 꽃을 받
아 들고는 고맙다는 듯이 웃었다. 그 거지는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손으로 흉내만 내었다. 음식을 흉내내는 것 같
았다. 배가 고픈 것 같았다. 음식을 주고 싶어 엄마께 말하
니 주시지를 않으셨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놀다가 오십 원짜리를 주웠다. 오십 원짜리 하드를
사 먹으려고 하다가 그 거지를 생각했다. 가보니 엉덩이에
주머니가 있었다. 주려고 하니 웬지 쑥스러웠다. 그래서 어
떤 남자아이에게 부탁해서 그 아이가 거지에게 던져 주었다.
그 거지는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주님께 기도를 하였다.
"주님, 우리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과 고달픈 사람들이 마
음놓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시옵고 주님의 사랑을 주
시옵소서. 주님의 크신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하나님이 내 기도를 흘리지 않고 받들어 주셨는지 모르겠다.
거지는 걸어서 멀리 멀리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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