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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
| 정재학 |
모래를 사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었네. 거리에 나가 봤지만 어
느 상점에서도 모래를 팔지 않았네. 바람은 계속 같은 속도로 불
어 주었네. 더듬이 잘린 개미떼가 바람을 등지고 지나가네. 아이
는 눈썹 없는 남자에게 전화를 거네. 다른 집이 나오네. 다시 전
화를 걸었네. 알 수 없는 여자가 화를 내네. 붉은 전화 박스 뒤의
계단으로 올라가네. 아이는 빨간 하늘 속에 잿빛 구름이 다리를
저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네. 모든 것이 다급해 보이네. 거리에는
모래향내가 나는 것 같았네. 모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네. 한
상점에서 자갈을 주네. 어떤 곳에서는 진흙을 주네. 아이는 다시
거리로 나가네. 바람은 계속 같은 속도로 불어 주었네. 자신의 눈
보다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소년이 바람을 거역하며 지나가네. 아
이는 꿈속에서 싸웠던 그 소년을 미워하네. 아이는 눈썹 그린 남
자에게 전화를 거네. 또 다른 집이 나오네. 숫자 하나. 하나를 확
인하며 다시 걸었네. 알 수 없는 무서운 여자가 화를 내네. 검붉
은 전화 박스 뒤의 계단으로 올라가네. 아이는 보랏빛 비가 내리
고 하얀 목발이 날아가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네. 모든 것이 다급
해 보이네. 그 낯선 풍경으로 들어가는 길은 모래로 되어 있었지
만 아이는 알지 못하네. 아이의 팔은 비에 맞아 멍들기 시작하네.
모든 상점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네. 아이는 나오는 길을 찾지 못
하네. 비는 검게 물드네. 아이의 온몸에 멍이 드네. 검은 눈물이
흐르네. 아이는 머리카락을 잘라 닫힌 상점의 문 밑에 넣어 두고
밤새도록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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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신령님 |
| 남경자 - 안동 대곡분교 3년 |
감을 지르면
청돌이 우루루 울어서
산신령님이 놀래면
우리는 죄가 있어서 죽는다.
글키 때문에 감을 안 질러서
깊은 산 속에 있는 산신령님이
안 놀래도록 해야 한다.
감을 지를라면
지가 죽을 요량하고 질러야 한다.
1969년 5월 9일
감 : 고함
글키 : 그렇기, 그러기.
지가 : 저가, 제가,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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