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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머리 |
| 이지담 |
미나리 잎을 떼어낸다 거머리 한 마리
떨어지지 않으려고 억척스레 매달려 있다
신문 하단 광고의 미끈한 다리 위로
미나리의 몸뚱아리를 누인다
거머리가 조심스레 문명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감추지 못한 고향의 냄새를 끌며
생경한 언어를 밟아가고 있다
이방인의 침입에 놀라 깨어나는 언어들
끝없이 밀려오는 물가에 휩쓸린다
신문 상단 기사를 향해 기어가는 거머리
산골을 지키며 사는 할머니의
거친 손끝에 들려 있는 배추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숨 쉬는 것이 기도하는 것 같은
할머니의 삶을 뚫고
끈덕지게 제 본향을 찾아가는 거머리 한 마리
신문 속 미나리꽝 찾아 헤매고 있다
구정물을 받아들여
평생 정화하고 있는 방죽이고 싶은 오후,
나는 또다시 신문기사를 꼼꼼히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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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염소 |
| 이춘관 - 경남 통영 풍화국교 4년 |
우리 집 염소가 불쌍하다.
어머니가 겨울만 되면
염소가 살이 빠진다고
잡아먹자고 한다.
그래서 우리 염소가 불쌍하다.
나는 염소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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