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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있는 정물 |
| 정호정 |
김옥순이는 꽃이 있는 정물로 우리 집 벽에 와 걸려 있다 나는 그 꽃
그늘에 내 유년의 정자 하나를 지어 놓는다
색깔을 모은다 소리를 모은다 향기를 모은다 노랑은 노랑끼리 양지
꽃 개나리 산수유꽃 분홍은 분홍끼리 보라는 보라끼리 '서로 어울리는
색깔' '색깔에서 우러나는 소리 또는 향기' '도토리 한 알이 가지는
색깔들' 높낮음 심한 억양으로 글씨를 쓴다 글씨 사라진 허공에 다시
새 말을 만들어낸다 '햇빛을 받을 때와 받지 않을 때'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서의 색깔의 변화'
자작나무숲에 눈이 내린다 회색빛 공중에 떠 있는 열매이삭 광주리
에 둥구미에 아무렇게나 모아 놓은 저것들을 김옥순이는 알지 못한다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김옥순이를 데려온 김보환이와 김옥순이를 칭찬한 박석홍 화백을
본다
오동꽃에서 보라색을 줍는다 호박색을 줍는다 연주황 연분홍 파랑
색도 줍는다 오이 냄새 수박 냄새도 줍는다 남산 박물관 뜰에서 노랑
색을 줍는다 찔레꽃 열매 플라타너스 열매 뒹구는 낙엽에서 단풍 나뭇
잎에서 주운 색깔을 교실에다 부린다 아이들은 저마다 찬란한 빛깔의
비단실을 늘이고 하늘에 떠 있다 미완의 배를 매만지고 있다
그들의 저승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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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다나스 |
| 임순천 - 상주 청리국교 4년 |
프라다나스 잎사귀가 똑 내 동생
손바닥 같구나.
프라다나스 잎사귀를 따다가
내 동생에게 갖다 주면
"내 손바닥. 내 손바닥"
하면서 주지 않고
자랑할 것 같구나.
1964.5.13.
*프라다나스 : 푸라나스. 푸라타나스. 플라타너스.
프라탄나무, 방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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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