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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河다방 강 마담 |
| 엄원태 |
銀河예식장 지하에는
銀河다방이 있는데
銀河다방에는
강 마담이 있다
그녀는 이십 년 가차이
이 다방과 더불어
나아가서는 이 읍과 더불어
영욕을 같이해 온 것이다
목조였던 은하예식장이 콘크리트 빌딩으로 바뀌는
변혁의 시기에도, 그녀의 은하다방은
지상에서 다만 지하로 자리를 옮겨 앉았을 뿐
건재를 과시해 온 셈인데,
어쩐지 요즘은 그 건재가 위태위태해 보인다
그만큼 그녀와 그녀의 다방이 세월을 견디는 데
지친 것이라는 짐작을
어쩌다 드나드는 손님들은 해보곤 하는 것이다
읍 주변에 널린 과수원 아저씨들이
농한기에 시간을 주체 못해
하릴없이 모여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낡은 목조 건물에 기껏 흑백 테레비였지만
그 시절, 한창 나이였던 강 마담은
아저씨들의 애도 은근히 달굴 줄 알아 인기를 끌었으며
간혹 개장국, 수박, 막걸리 추렴에 끼어들기도 했었고,
젊은 데이트족들의 뜨거운 속삭임과
어둡고 불안하던 구석진 고뇌까지도
짐짓 모른 척 함께 하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부동산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인가
손님들이 바뀌기 시작했으니
- 이곳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땅을 팔아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과수원 아저씨들은
미국이나 서울로, 이민을 떠나거나
룸살롱이나 골프장, 사우나탕으로 진출들을 해버리고
이곳은 더 이상 과수원 아저씨들의
휴식처나 놀이터가 되지 못했다
- 이곳에 티켓장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때 그렇듯 흥청대듯 먹고놀자는 장사가
잘된 적이 있었지만
다 지나간 영욕의 한때일 뿐이라는 것을
그것이 다만 헛된 꿈의 한 시절이라는 것을
우리의 강 마담은 잘 알고 있다
그만한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고
그만한 세월을 견뎌냈다는 것인데,
그녀를 거쳐간 레지 아가씨들은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그 다방을 드나들었는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강 마담
낡은 의자나 탁자들만큼이나
세월에 찌들어 보이지만
파리를 날리거나, 어쩌다 뜨내기 나무 브로커들이
진종일 죽치는, 맥빠진 공기가 짓누르고 있지만
우리의 강 마담은 또 그렇게
한 세월을 너끈히 견디리라는 것을
이제는 나이 지긋해진 읍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한없이 바빠져서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에
그 속도에 취해 정신을 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왠지 심심해 보이는 그녀를 볼 때면
나는 까닭없이 이런 뻔한 생각을
잠시 굴려보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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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구자 |
| 김필선 - 경북 부림국교 6년 |
이모와 같이 하양 시장에 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무슨 음
악 소리가 막 들렸다. 내가 뻔히 쳐다보니 어떤 아줌마 아
저씨가 니아까를 끌고 다리를 땅에 꺼실며 이쪽으로 왔다.
'어, 이상하다. 왜 다리를 땅에 꺼실고 오는공?'
그 니아까에는 이쑤시개, 화장지 등이 있었다. 내가 옆에
가서 보니 다리가 없고, 고무쥬부 같은 것에 다리를 끼고
고무쥬부를 꺼실고 다녔다. 아줌마는 두 다리 다 고무쥬부
를 끼고, 아저씨는 오른쪽에만 끼웠다. 아저씨의 다리 하나
는 내 다리보다 더 가늘었다.
내가
"이모야, 우리 화장지하고 이쑤시개 사자."
하니 이모는
"왜, 우리 집에도 많이 있는데."
하셨다.
"그래도 이모야, 아저씨와 아줌마 불쌍타."
하니 오냐 오냐 하면서 샀다.
아줌마는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뿌듯했다.
불쌍한 아줌마 아저씨 어떻게 하다가 저렇게 되었을까?
1987.7.29.수. 맑음
꽃교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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