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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 곽재구 |
그 보리밭에선 작은 새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산다랑치 논들의 경계를 가만히 흔들고
멀리서 날아온 송홧가루가 전설처럼 마을을 덮었다
그 보리밭에선 해질 무렵까지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바다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굽은 등 위로
마을의 불빛들 희미하게 피어나고
소쩍새 울음 피나게 사람들의 저녁밥상을 적실 때에도
산등성이 그 보리밭에선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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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치기 |
| 김종찬 - 경북 부림국교 6년 |
포도밭에 약을 치러 경운기를 몰고 갔다. 밭으로 들어가
기 전에 도랑에서 물을 담고, 포도밭에 가서는 물통에 약을
타고 잘 섞어서 쳤다. 아버지는 약을 안 맞을려고 모자를
쓰고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정성들여 쳤다.
나는 뒤에서 줄을 풀고 당기고 하는 것만 하였다.
한번은 약치는 기계에 줄이 빠졌을 때 내가 그것을 멈추
게 해서 참 기뻤다. 아버지도 칭찬을 아주 많이 해주셨다.
집에서 가지고 온 중참을 먹었다. 나는 빵과 우유, 아버
지는 막걸리를 드셨다. 그때 나는 산 위에 올라가서 경치를
살펴보며 쉬었다.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또 다시 약을 쳤다. 약물이 모자라
도랑에 가서 바게스로 물을 떠 약통에 부어 약도 약간 더
섰고 쳤다. 아버지가 약을 치로 안으로 들어갈 때 줄을 빨
리 못 풀어 좀 힘들고 또 당길 때 줄을 빨리 못하고 느리게
하였다.
아버지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약물인지 몰랐
다. 약을 다 쳐갈 때 약치는 것이 막혀서 구멍을 뚫어 다시
시작하여 다 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1987.6.23. 맑음
꽃교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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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