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꽃 피는 너 |
| 이종진 |
길을 걷다가 우연히도 나를 하나 주웠네.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어디에다 숨겨둘까 생각하고 있
었네. 날밤을 꼬박 세우고 나서야 가까스로 숨겨 둘 곳을 정하고 너에
게로 갔네.
너의 어느 곳엔가는 비밀스런 곳이 있으리라 믿으며, 조심스럽게
너를 열어 보았네. 그런데 너의 안쪽에는 나를 숨기기에 적당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네. 어쩌나, 나를 숨기기에는 그중 한 곳이면 충분
한데 이를.
봄볕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 너의 가장 푸르고 비밀스러운 한 곳
을 골라 마침내, 나를 숨겨 놓고 굳게 자물통을 채워 버렸네.
그날 이후로 나의 네가 그 열쇠의 주인이 되었네. 외출을 마치고 돌
아온 네가 급하게 그 열쇠를 돌릴 때마다 자물통 속 그 깊고 먼 곳에
서 붉은 봄꽃이 짤깍짤깍 소리를 내며 밤새 피고 있었네.
|
|
|
 |
| 청개구리 먹음 |
| 조실규 - 경남 통영 풍화국교 4년 |
날마다 약을 먹고
6월 8일 - 청개구리 먹음
아침에 일어나니까, 실규야 이거 먹어라 하고 나를 불
렀다. 그래서 나는 맛있는 딸긴가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청개구리였다. 나는 어머니 뭐 하끼고 물으니까 어머니께
서 청개구리를 먹으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보고 우찌 청
개구리를 먹으끼고 하며 말하니까 입에 넣고 물로 꼴딱
넘가 버리라고 했다. 나는 청개구리를 입에 넣고 물로 넘
갔더니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어머니께서 청개구리를 먹
으면 병이 낫는다고 했다. 그리고 청개구리를 보이는 대
로 잡아먹으라고 했다.
*넘가 : 넘겨
6월 14일 - 수상한 사람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데 수상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덕수 저거 평상 위에 앉아 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덕수 저
그 장삿집으로 들어가더마는 이백 원짜리 과자를 한 개
사고 또 이브껌 한 통을 사고 도투락콘을 하나 샀다. 그런
데 도투락콘을 토토라콘 하고 말씨가 좀 달랐다. 돈도 은
헹세서 바로 찍은 것처럼 아주 깔깔한 돈이었다. 오백 원
을 주고 사백 원어치 샀는데 거스름돈도 받지 않았다. 그
래서 나는 수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사람
을 함부로 업신여기거나 수상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해
서 그냥 집으로 왔다. 그러나 수상한 생각은 좀처럼 가시
지 않았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