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아차산 가는 길 |
| 송종찬 |
백 채의 집을 보아야
제대로 집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벚꽃 사무치는 봄날 산동네를 오른다
월세 전세를 지나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주소지를 만드는 꿈
복덕방 할아버지는 초인종을 누르고
나는 계단을 따라 올라선다
금이 간 적벽돌의 수를 세고
난방도 확인하면서 그리고 맨 마지막
반지하의 닫힌 문을 열 때
두려움 속에 빛나는 세입자의 눈동자들
산동네를 내려와 다시
선거 벽보 펄럭이는 시장 주변을 돈다
발품을 팔아야 싸게 살 수 있다며
할아버지는 연신 방문을 두드리지만
안으로 잠긴 문을 억지로 열 때
빛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얼굴들
단칸방에는 청테이프가
나뭇잎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고
나는 벌써 백 채의 집을 보았지만
그때마다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뻘밭 같은 삶의 내력들
|
|
|
 |
| 보리 |
| 장재영 - 거창 샛별 국교 5년 |
보리는 자라기 전에
힘이 없다.
보리는 자라고 나면
힘이 있다.
보리는 추수할 때
꿋꿋하게 서 있다.
사람도 자라기 전에
힘이 없다.
사람도 자라고 나면
힘이 있다.
사람이 늙으면
힘이 없다.
|
|
|  |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