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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에 관하여 |
| 김지연 |
앵두술이 익었다.
부리를 쥐고 병을 흔들면, 앵두 알맹이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
며 술렁거린다. 술은 반드시 제 빛을 잃은 뒤에야 익는 것일까?
허옇게 이마를 드러낸 알맹이들이 앵두나무의 기억을 붉고 선명
하게 병 속에 풀어놓는다. 늦은 봄볕을 아직도 게으르게 베고 누
워서, 닳디닳은 기도 속에 더러 제 가슴을 쪼개기도 한다.
앵두 알맹이 사이로 붉게 물든 내 얼굴이 녹아 흐르고
잃어버렸던 작은 발자국들이 아득히 쌓여 있다.
아, 그리운! 내가 돌아온 그 많은 골목 어귀의 기억들은
퇴색된 저마다의 鄕愁를 뿌리며 악수를 청한다.
얼큰히 붉어진 내 손을 잡고 이마 근처에 머물기도 하면서......
고개 들어 올려다보면 은밀히 붉어지는 하늘
가슴에 와 세차게 박히는 앵두 알맹이들
뿌리는 술병을 넘쳐흘러 나를 적신다.
그것을 자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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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 |
| 박선용 - 상주 청리국교 4년 |
저쪽
지붕 위에
자주감자 색으로
활짝 핀
오동꽃
지붕보다 노프게
올라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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