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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래마늘같은 |
| 김은자 |
지난 겨울 배추 뽑아낸 뒷밭에
젖니 같은 마늘쪽 꼭꼭 심어두고
포대기에 싸듯 왕겨이불 토닥거려 덮어주었다
들창 밖에 찬 바람 윙윙 울 때나
자욱눈 위에 달빛 뽀얗게 내리는 밤에 나가 보아도
흙의 자궁 안에 쌔근쌔근 꽃잠 자는지
감감 소식 없는 대한 소한을 지나,
고추밭 감자밭 갈바래질 하는 봄머리에
첫봄하는 흙의 푸른 젖꼭지처럼
오늘 마늘싹이 봉긋이 솟았다
생각하면 아직도 뽀얗게 김 서리는,
어둑한 정지 안 아궁이 앞에
첫새벽 불을 지피던 젊은 어머니의
달래마늘 같이 쪽진 뒷머리가
오늘 왜 마늘밭 두덕 위로 남실남실 떠오르는가
구름발치 먼 데 그리운 눈물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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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개미 |
| 김태희 - 안동 대성국교 4년 |
학교에서 한참 공개를 하고 놀다가 오후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야들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오후 버스가 올라왔다. 가자."
"태희야, 5절 기찻길만 하고 가자."
집에 가서 당으면 어쩌노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간
다고 일어서니 모두 다 일어서서 손을 톡톡 털었다. 교문을
나오면서 내가 목욕당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이 학교 앞집
마루에 턱 걸터앉아서 하하하 웃고 계셨다. 선생님이 웃으시
는 것을 보고 목욕당 이야기를 잊어버렸다.
"점화야, 우리 목욕하고 가자."
"그래, 정애야, 니도 하고 가래."
"응."
이렇게 말하면서 올라가는데 길가에 개미가 바글바글 기
어오고 있었다.
"야들아, 이 개미가 어디서 오노? 어디서 오는지 가 보자."
개미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보니 끝이 없어서 그양 올라
가다가 정애가 개미를 밟길래 나도 개미를 밟아 버렸다.
"태희야, 개미가 무슨 죄를 졌는데 죽이노?" 하고 말하였다.
"맞어, 개미가 무슨 죄를 졌다고 죽였노."
이렇게 생각하니 개미가 불쌍했다.
"점화야, 개미도 전쟁이 일어났나 보다. 대구 사람처럼 이
렇게 많다, 이지."
"맞어. 진째 억시도 많다."
개미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올라갔다.
*공개 : 공기
당으면 : 꾸중 들으면
목욕당 : 물이 많이 괴어 있어 목욕하기 알맞은 곳.
이지 : 그지. 그렇지.
진째 : 진짜
억시도 : 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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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