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안절부절 꽃 |
| 정복여 |
내 방에 동백이 오셨다고 전화를 한다
남쪽엔 벌써 피었다더라
그 옆에 철쭉도 오셨다 전화를 한다
요샌 아무 때나 철쭉은 피는데 뭐
꽃들이 서랍에서 스위치서 리모콘에서
저것 봐, 달그락 피어나는 싱크대
그랬으면 그랬지 라는 말을
시큰둥한 자루에 꽁꽁 묶어넣으며
별일 없지?
세상은 바쁘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백성이 하나뿐인 나라
그가 바로 나인
단 한 명의 백성을 위해서 여왕들은 그렇게 왔다간다
꽃을 접는 입 속에 다시 일년 치의 새 규율이 있다
지켜도 지켜도 아무도 모르는 생일처럼,
커튼이 베란다 문이라도 열어두라 눈 흘긴다
짧은 바람이 여행객처럼 왔다간다
배낭이 그 시큰둥한 자루를 닮아 있다
|
|
|
 |
| 토끼 |
| 김종택 - 경북 봉화 서벽국교 4년 |
토끼는 집토끼도 있고 산토끼도 있다. 집토끼가 불쌍하다.
집토끼는 참 불쌍하다. 산토끼는 자유지만 집토끼는 자유가
아니다. 집토끼는 풀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산토끼는 자유니까 풀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산토끼는
자유니까 좋지만 집토끼는 자유가 아니니까 불쌍하다. 집토
끼는 항상 토끼장에만 있어야 하니까 불쌍하다.
집토끼가 자유면 좋고 산토끼가 자유 아니면 좋겠다. 집토
끼는 마음대로 먹고 산토끼는 마음대로 먹지 못하면 좋겠다.
그러면 산에 있는 토끼가 불쌍해진다.
그러면 모든 토끼가 자유면 더욱 좋겠다. 모든 토끼가 자
유면 마음대로 먹을 수가 있다. 모든 토끼가 모여 산에 가면
좋지만 토끼장에 갇히어 있기 때문에 못 나온다. 나오면 좋
지만 나오지 못하여 산에 가지 못한다. 모든 토끼가 산에 가
기만 바란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