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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그 - 나무 |
| 박상순 |
1
문을 열었을 때 두 그루의 나무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나무는 눈을 감아버렸다.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문이 하나 있었고, 나무 하나는 액자 속에
있었고, 또 다른 나무는 문 옆에 놓인 화분에서 무성해진 잎들을
늘어뜨리며 자라나고 있었다.
내가 그 잎들 가운데 한 잎을 따도 나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갈래갈래 솟아난, 뿔 같은 그의 가지를 내 손에 맡겨두었다.
나는 한 잎을 따 들고 액자 앞으로 다가갔다. 액자 속에는 공중전
화 박스가 있고 저 끝에 한 사람의 옆모습이 있고 나무가 있었다.
공중전화 박스 속엔 흐리게, 아주 흐리게 등을 돌린 사람이 수화
기를 들고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앞에 한 그루 나무가 있었다. 다들. 들고 온 한 잎으로 액자 속
의 나무를 가볍게 흔들어보았다. 액자 속의 나무는 움직이지 않았
다. 저 끝의 한 사람이 집 뒤로 사라지고 등을 돌린 사람도 점점
더 흐리게 가라앉아버렸다.
2
두 사람의 젊은이가 내가 왔던 문을 열고 커다란. 아주 커다란 벤
자민 한 그루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눈
을 감았다.
쬐끄만 잎새들이 내 이마에 부딪쳤고 내 머리카락 한 가닥이 몸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젊은이가 내 앞에서 한 호흡
을 멈추는 것 같았고, 내 눈동자가 스르르 내 몸 속으로 잠기는 것
같았다.
화분을 든 두사람의 젊은이가 내 눈꺼풀을 열고 커다란 아주 커
다란 벤자민 한 그루를 들여놓고 있었다. 눈꺼풀을 열고 내 몸 속
으로 들어온 두 사람의 젊은이. 한 사람은 등을 돌린 채 수화기를
들고 있었고 또 하나는 가라앉은 내 눈동자를 굴리며 사라지고
있었다.
굴러가는 눈동자를 통해 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서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눈동자가 밀려나온 자리에 구멍이. 액자 같은 구
멍이 하늘을 먹고. 흐리게 더 흐리게 메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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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 이종준 - 경주 국교 2년 |
봄이 오면
보리가 새파랗게
올라오지요.
나는 봄이 오면
우리 집 뒤에 자리를 깔아 놓고
공부도 하고.
우리 외가에서 보리밭도 메고,
어떤 때는 우리 외가 소도 미게
줍니다.
1968년 2월 8일
*미게 : 미겨, 먹여.
품팔이하는 어머니와 살아가는 아이가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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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