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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 |
| 김혜순 |
갑자기 내 방안에 희디흰 말 한 마리 들어오면 어쩌나 말이
방 안을 꽉 채워 들어앉으면 어쩌나 말이 그 큰 눈동자 안에
나를 집어 넣고 꺼내 놓지 않으면 어쩌나 백마 안으로 환한 기
차가 한 대 들어오고 기차에서 어두운 사람들이 내린다 해가
지고 어스름 폐가의 문이 열리면서 찢어진 블라우스를 움켜쥐
고 시커먼 그녀가 뛰어나오고 별이 마구 그녀의 발목에 걸린다
잠깐만 기다려 해 놓고 빈집에 들어가 농약을 마시고 뛰어나온
그녀는 뛰어가면서 몸 속으로 들어온 백마를 토하려 나무를 붙
들지만 한 번 들어온 말은 나가지 않는다 말의 갈기가 목울대
를 간지르는지 울지도 못하고 딸꾹질만 한다 말이 몸 속에서
나가지 않으면 어쩌나 그 희디흰 말이 몸 속에 새긴 길들을 움
켜쥐고 밤새도록 기차 한 대 못 들어오게 하면 어쩌나 농약이
성대를 태워 버려 지금껏 말 한마디 못하고 백마 한마리 품고
견디는 그녀에게 물으러 가야 하나 어쩌나 여기는 내 방인데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게시리 말 한 마리 우두커니 서 있으
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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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서 만난 아이 |
| 정은경 - 경기 안양동국교 5년 |
오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도중이었다. 옆
에 있던 은영이가 앞에 가는 아이의 이름표를 보고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댔다.
"이슬기? 이슬기라, 히히히."
은영이는 이렇게 부르면서 웃어댔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어찌나 우스운지 함께 웃어댔다.
그러나 그 아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가다가 가끔 뒤
돌아서서 혀를 내놨다 들이밀었다 하였다, 그럴 땐 나도
지지 않고 혀를 내밀며 그 아이를 약올리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태연하게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가 굉장히 많
이 약올렸는데도 말 한 마디 않고 나를 상대해 주는 그
아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아이는 우리 집 앞을
지나갔다. 난 그 잊지 못할 꼬마한테 본받을 점이 있다
는 것을 알았다. 난 그런 꼬마 아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하급생들을 위하여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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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이미 들어 앉은 내 방안의 말에게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보다 더 불가능할
새로이 들어앉을 희디흰 말에게 조차 관심 없음! 이지만
이 요상하고 괴상시런 시 때문에
앞으로 김혜순이란 이름에 대해서
무지막지한 관심을 보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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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