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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영사 가는 길 |
| 박태일 |
구름 보내고 돌아선 골짝
둘러 가는 길 쉬어 가는 길
밤자갈 하나에도 걸음이 처져
넘어진 등걸에 마음 자주 주었다
세상살이 사납다 불영 골짝 기어들어
산다화 속속닢 힐금거리며
바람 잔걸음 물낯을 건너는 소리
빙빙 된여울에 무릎 함께 적셨다
죽고 사는 인연법은 내 몰라도
몸이야 버리면 다시 못 볼 닫집
욕되지 않을 그리움은 남는 법이어서
하얀 감자꽃은 비구니 등줄기처럼 시리고
세상 많은 절집 소리 그 가운데서
불영사 마당 늦은 독경 이제
몸공부 마음공부 다 내려놓은 부처님은
발등에 묻은 불영지 물기를 닦으시는데
다음달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불영사 감자밭 고랑에 물끄러미 서서
서쪽 서쪽 왕생길 홀로 보다가
노을에 올라선 부처님 나라
새로 지은 불영사 길
다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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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에 옷은 없는데 |
| 김숙자 - 안동 대곡분교 3년 |
1월20일
옥수수가 많아도 티밥을 안 티아 준다. 그래서 내가 그
카니까, 돈이 있나 근다. 또 어머니가 얼라라 근다. 내 얼
라 아니면은 못 티아 먹나 그니까, 어머니가 그래 근다.
그래 내가 어머니한테 얼라 없이머 아무것도 모해 먹는다
그캤다.
*티아 : 튀어. 그카니까 : 그렇게 말하니까.
근다 : 그런다, 그렇게 말한다.
얼라라 근다 : 어린아이인가 그런다.
없이머 : 없으면
모해 먹는다 : 못해 먹는다.
1월 22일
을자가 발매 가서 상근 못 오고 있습니다. 21일에 가서
26일 날에 온다고 그고 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암만 싸워
도 없으니까 내가 심심해서 안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인지
는 을자가 넘어오그던 생갠에 안 넘어 보내겠습니다. 을자
왜 안 오노?
*을자 : 지은이의 동생
상근 : 아직도. 그고 : 그러고, 그렇게 말하고
암만 : 아무리. 인지는 : 이제는
생갠에 : 좀처럼.
1월 24일
아침에 떡 할라고 내가 물을 뜨순는데 생갠에 안 뜨시
에집니다. 그래서 내가 갈비를 옇다가 맨다리를 옇었습니
다. 그래 인제는 잘 타고 물이 끓었습니다. 그래 어머니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와서 떡을 치대 가지고 삶았습니다.
*뜨순는데 : 데우는데,
뜨시에집니다 : 데워집니다.
갈비 : 낙엽이 되어 떨어진 솔잎
옇다가 : 넣다가.
맨다리 : 삭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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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