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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겨울을 개들과 함께 |
| 고진하 |
또 한 겨울을 살아넘긴,
희끗희끗한 잔설로 이 골짜기에 남은 사람들은
꽃 피고 잎 피는, 혹은 잎 피고 꽃 피는
봄을 결코 탐하지 않는다
꽃 피고 입 필 소망을 모두 버렸기 때문이다
겨우내 개 사육장으로 변해버린 골짜기
이제 이 골짜기의 사람들은
아무도 빛 바랜 사진첩의 추억을 들추지 않는다
향불처럼 피어오르는 즐거운 추억에도 엉겅퀴가 돋고
잔설 위를 천방지축으로 쏘다니며 컹컹컹---
짖어대는 개들의 입에도 거친 억새가 돋아나기 때문이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은 또 한 겨울을 동백과 함께
개들과 함께
살아야 할 이 골짜기의 사람들은
텅 빈 구유와 모든 기억의 헛간마다 죽음보다 싸늘한 얼음을 채우고
빙하의 나라 꽃상여처럼
눈꽃으로 단장한 하얀 눈썰매를,
눈썰매를 만들리라
꽝꽝 얼어붙은 지층을 뒤흔들며 검은 개들이 끌고 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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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아이 |
| 손후남 - 안동 대성국교 5년 |
나는 우리 마을에서 갑모가 제일 밉다. 벌써도 옥수수
가지고 내려오니 옥수수 한 송이 달라고 했다. 나는 안
한다고 하니 갑모는 나를 떠밀었다. 나는 갑모가 아주
밉다.
또 전번에도 내가 때 씻으로 가니 물을 퍼부었다. 내
가 "야아 씨!" 하니 또 퍼부었다. 내가 다 씻고 가니
내한테 침을 뱉었다. 나는 가만있다 다시 씻고 오니 갑
모는 전봇대 있는 데 서 있었다.
"언니야, 갑모 바래이."
언니가 안 나오니까 갑모는 "저 언니도 없으면서." 하
고 나를 때렸다.
그러고는 냇가로 가버렸다. 나는 성이 났다. 그래서
집에 와서 언니한테 이르려고 그래도 용기가 안 나서 그
냥 놔두었다. 나는 우리 반에서도 여자 아이를 괴롭히는
갑모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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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펑 눈이 내려 쌓입니다
이장님댁 장닭은 밤낮 구분이 안되는가
저녁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더니만
이제 겨우 조용해졌습니다
내가 잘려고 하면 그놈은 꼬꼬댁댁 울어 제낄 것 같습니다
눈오는 밤 깨어 있어도 좋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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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