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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이의 교과서 |
| 전기철 |
중학교 일학년 선이의 국어 교과서에는
표지가 없다.
속표지도 없고
<효율적인 사용 방법>이 붙어 있는 안내 쪽도 없고
목차 한 쪽만이 겨우 반쯤 남아
또 다른 목차와 함께 있다.
외상값 오만오천 원, 고향 차표 둘 삼만 원, 수정이 학원비 오만 원, 신
당동 보건소에서 <아이나> 한 병, 수정이 엄마 제삿날 구월 이십오일
연필로 쭉 그은 합계를 보니
얼룩진 라면국물 속에서 겨우
춤추듯 그려지는 그림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선이의 국어 교과서에는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과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 사
이에서
목차로 위태롭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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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말 |
| 김용환 - 경남 샛별국교 6년 |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양말을 신으려고 하니 양말이 없어졌다.
"누가 훔쳐 갔을까? 그 참 되게 할 일 없는 놈이네, 남의
양말이나 훔쳐 가나?"
이렇게 소리를 쳤다. 그러니 이상하게도 형님 얼굴이 벌
겋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래서 더 약을 올렸다.
"그 양말 그거 손으로 만지면 냄새가 조금 이상할 걸."
이 말을 하니 형님이 손을 슬그머니 코에다 갖다 대는 것
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어구, 우리 집안에 등신났네."하면서 놀려 댔다.
아마 지금쯤은 내가 역부로(일부러)놀린 것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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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