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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에 가지가 걸릴 때 |
| 정끝별 |
쭉쭉 뻗은 봄솔숲 발치에 앉아
솔나무 꼭대기를 올려다보자니
저 높은 허공에
부러진 가지가 땅으로 채 무너지지 못하고
살아있는 가지에 걸려 있다
부러진 가지의 풍장을 보고 싶었을까
부러진 가지와 함께 무너지고 싶었을까
부러진 가지를 붙잡고 있는 저 살아있는 가지는
부러진 가지가 비바람에 삭아 주저앉을 때까지
부러진 가지가 내맡기는 죽음의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살아있는 가지 어깨가 쳐져 있다
살아있는 가지들은 서로에게 걸리지 않는데
살아있다는 것은
제멋대로 뻗어도 다른 가지의 길을 막지 않는데
한 줄기에서 난
차마 무너지지 못한 마음과
차마 보내지 못한 마음이
얼마 동안은 그렇게 엉켜 있으리라
서로가 덫인 채
서로에게 걸려 있으리라
엉킨 두 마음에 송진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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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 |
| 김준한 - 서울 월천국교 6년 |
며칠 전에 일이다. 내가 선거유세장에 갔다. 연설을 듣기
위해 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연설하는 것을 듣자니
따분했다. 어머니, 나, 동생이 유세장에서 돌아와 가게로
가서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입을 벙긋거
리며 도둑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도둑이 어디 있냐고
관심없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수상한 행동
을 하고 있었다. 큰 천가방을 들고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
다. 그래서 행동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줌마가 완
두콩 통조림을 고르는 척하더니 그 큰 가방에 재빨리 집어
넣었다. 그때 나와 어머니와 눈이 부딪혔는지 갑자기 빵 하
나를 가지고 카운터에 가
"이것밖에 없네."
하고 말하였다. 의심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 있는 아저씨에게 말하자고 하자 어머니는
"해코지하면 어떻게 하려고."
말씀하셨다. 보복이 무서워 말을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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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