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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보같은 연산동 |
| 박철석 |
1
묵은 족보를 들치듯 처음 이 마을에 입주한 것은 삼십여 년 전의 일이었
지. 양정에서 삐딱한 고개를 넘어서면 돋보기를 쓴 노인이 거미줄같은 지
도를 벽에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 팔각성냥갑처럼 납작 엎드
려있는 외딴집 움퍽 패인 길과 시루떡같은 흙더미와 시멘트 가루같은 먼
지가 식솔 여섯을 마중해 주었지. 밤이 으슥하자 어내는 십구공탄을 갈
아넣고는 암탉처럼 어린 것들을 품고 잠이 들었지
2
이튿날 눈을 뜨니 대문밖에 아침 산책 나온 낯선 산 하나 손을 내밀
었어. 송진 냄새가 물컹한 숲의 손. 버짐같은 바위를 머리에 이고서도 세
상을 비관하지 않으니 그날따라 산은 내 마음의 중심에 서서 매을 들었
어. 첫눈이 폴폴 내리는 날 금련산金蓮山은 冬安居에 드는 듯 하얀 면사
포를 쓰고 조용히 눈을 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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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꽃 |
| 정명옥 - 상주 청리국교 4년 |
오동나무꽃 마이크 같다.
마이크 같은 새로 햇빛이 쪽
비쳐 들어온다.
거기에서 재재골재재골한다.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 새로 새 새끼 한마리가
낑기 앉아서 재재골한다.
낑기 : 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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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