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모계의 꿈 |
| 조 명 |
할머니는 털실로 숲을 짜고 계신다. 지난밤 호랑이 꿈을 꾸신 것
이다. 순모사 실뭉치는 아주 느리게 풀리고 있다. 한 올의 내력이
손금의 골짜기와 혈관의 등성이를 넘나들며 울창해진다. 굵은 대바
늘로 느슨하게, 숲에 깃들 모든 것들을 섬기면서. 함박눈이 초침 소
리를 덮는 한밤, 나는 금황색 양수 속에서 은발의 할머니를 받아먹
는다. 고적한 사원의 피릇한 이끼 냄새! 저 숲을 입고 싶다. 오늘밤
에는 어머니 꿈속으로 들어가 한 마리 나비로 현몽할까? 어머니는
오월 화원이거나 사월 들판으로 강보를 만드실지도 모른다. 그러
면, 이백여섯 개의 뼈가 뒤틀린다는 진통의 터널을, 나는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
|
|
 |
| 이발 |
| 이민수 - 서울 사당국교 6년 |
오후에 이발소에 갔다. 나는 좋지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머리가 길어서 가야 한다고 하시기 때문이다.
이발소에 들어가니 케케묵은 담배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는 참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아저씨가 막대기를 걸치
더니 그 위에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이게 좀 싫다. 막대기
위에 앉으면 내가 꼭 유치원 어린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
다. 그래서 나는 그냥 폭신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소원이다.
잠시 후 이발을 시작했다.
나는 마네킹, 아니 돌부터같이 꼼짝 말고 앉아 있어야 했
다. 가끔 머리카락이 얼굴 위에 떨어져 간지럼을 태운다.
그때 손으로 얼굴을 긁지도 못하고 참는 괴로움! 정말 생
각만 해도 답답하다.
이발을 끝내고 아저씨가 머리를 감겨 주셨다.
쓱쓱! 박박! 꼭 빨래 빠는 것같이 머리를 주무른다.
윽! 소리가 입 안까지 들어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아뭏든 이렇게 이발하는 것은 지겨웠다. 그래도 다 하고
나면 기분이 근사하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서 나를 보고는 "뒤를 돌아 봐. 고개
를 숙여 봐."하고 잘 살피시더니. 참 잘 깎았다고 칭찬하
신다. 나는 겸연쩍어서 고개를 숙이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
|
| |
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