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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박나무 |
| 박지웅 |
오래 전 당신은 손가락 하나였다 오래 전 당신은 손끝에 올릴 수
있는 한 알 씨앗이었다 오래 전 당신은 수천 수만 잎들의 어미였으
며 스스로의 딸이었다 오래 전 당신은 陰地의 나를 맡고 들어와 유
해에 싹을 내고 줄기마다 나를 틔웠다 아득한 행렬 이루며 당신의
몸으로 오르던 봄날 나는 바람에 푸른 명패 흔들며 그 生을 살았다
그리하여 당신은 나의 어미 나는 당신의 어미 그리하여 후박나무여
나는 당신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탑돌이한 우리, 어느 生은 사
공의 몸으로 어느 生은 片舟로 떠돌았을 그때 우리는 또 만났을 것
이다 판자처럼 떨어지는 가슴 안고 북풍 휘도는 산마루 넘어 도달
한 겨울강 그대는 홀로 내 생의 渡江을 지켰을 것이다 아, 어느 生
을 지게로 어느 生을 木棺으로 만나, 서로 지고 이 山河 넘어왔는가
후박나무여 오래 전 우리는 손가락 하나였다 오래 전 우리는 손끝
에 뛰는 한 점 맥박이었다 수천 수만 장의 가슴이 진 山川에 긴 비
를 쟁기처럼 끌며 다시 봄이 지나면 바람에 펴지는 씨앗 한 알이었
다
陰地 : 음지
片舟 : 편주
渡江 : 도강
木棺 : 목관
山河 : 산하
山川 : 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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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 |
| 손현숙 - 성주 대서국교 5년 |
오늘은 아침에 서리가 많이 내려 있었다. 담 위에 고스라
니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눈같이 생겼다. 나는
서리를 만지니 손이 시려웠다. 그래서 장갑을 찌고 만져 보
았다. 논에도 지붕에도 담 밑에도 하얗게 많이 내려 있었다.
나는 그래서 조금만 있으면 겨울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서리는 일찍부터 내렸는데 얼음은 처음 얼었다. 나는 조
금 기다리면 썰매를 탈 수 있겠다 생각하였다.
이제 하얗게 덮인 세상이 올 것이다 하며 아침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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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