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슈퍼맨

권혁웅

1
넓은 마당에 버드나무슈퍼가 있었다 주인은 대단한 사내였
다 낮에는 백발에 기역자로 굽은 허리를 하고 있다가 밤이 되
면 새까만 머리에 꼿꼿한 허리로 일어섰다 주인이 둘이고, 둘
이 부자父子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버드나무슈퍼에서는 밤낮
이 바뀌었을 뿐인데 25년이 흘렀다

2
봄이면 젊은 주인이 나무를 탔다 간판을 가린다며 짧고 굵
은 가지를 가리지 않고 잘라냈다 몸통만 있는 버드나무, 늘어
진 가지로 마당을 비질하지 못하는 버드나무, 평상에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는 버드나무, 슈퍼란 이름에 세 들어 사는 버드
나무가 거기에 있었다

3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를 한 여자가 있었다 낮에는 며느리,
밤에는 아내가 되었던 여자,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를 치렁치
렁 머리에 붙인 여자였다 그러던 그녀가 미련 없이 출가했다
단골손님들이 여자만 찾은 게 문제였다 주인은 역시 대단한
사내였다 여자 위에 올라타서는, 긴 생머리를 싹둑싹둑 잘라
버렸다

4
그건 여자의 두 번째 출가였다 상한 우유를 먹고(그 많던 우
유 가운데 어떻게 상한 우유를 골라냈을까?), 몇 주 동안 설사
를 하느라 가게를 비운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늙은
주인이 슈퍼를 떠났다 버드나무 가지에 노란 등이 걸렸다 사
내의 성이 김씨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5
얼마 전 우연히 그곳에 들렀다 슈퍼엔 젊은 주인이 떠나고
늙은 주인이 돌아와 있었다 대단한 사내였다 그 먼 곳에서 25
년을 건너 어떻게 돌아왔을까? 어쩌면 여자도 환속했을지도
모른다, 다시 가지를 낸 저 버드나무처럼 긴 생머리를 늘어뜨
린 채 앉아서 상한 우유를 골라먹고 있을 지 모른다고 나는 잠
깐 생각했다

어머니 그리움 1

김학세 - 부산 대양중학 2년

나에게는 어머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머
니의 따뜻한 정은 받지 못하였지만, 어머니의 따스한
정
못지않게 아버지와 큰어머님의 정이 내 곁에 언제나 있습
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버지와 큰어머니의 정이 깊다고는
하지만 나의 친어머니의 정과 같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국민학교 때는 잘 몰랐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하루는 아침에는 아주 맑았
으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에 소나기가 내려서 오
도 가도 못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 때에 마침 친구 어머
니가 우산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친구
는 "엄마!"하고 소리를 지르며 우산을 쓰고 멀리 어머니
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고
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걸어가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
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내게는 왜 어머니가
안 계시는 걸까......'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
가서는 놀다 보니 어머니 생각 같은 것은 또 까맣게 잊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학년이 2학년, 3학년,4학년 그리고
5학년이 되어서는, 나에게 늘 어머니 생각이 가시지 않았
습니다. 그래서 나는 큰어머니한테 "엄마는 어디에 있습
니까? 사진은 없습니까?"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내가 끝
까지 큰어머니한테는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큰어머님이
나를 보고 "너 엄마 보고 싶지 않느냐? 엄마 얼굴은 기억
하느냐?" 하고 물어 보길래 나도 모르게 이 소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큰어머님은 "너는 니가 니 엄마를 쫓
아냈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한 어
머니를 쫓아내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 아니 충격적이었
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어머니의 이야
기를 듣고 보니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
다.
그러니까 내가 세 살 되던 해랍니다. 하루는 아버지와
어머니까 싸우시는데 내가 가위를 아버지한테 갖다 주면
서 엄마보고는 "나가! 나가!"하고 울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 어린 세 살짜리가 그처럼 듣기 괴로운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본시 나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주 좋으시고 일도 잘하셨
으며 부지런하셨기 때문에 나를 아주 쉽게 낳으셨다고 합
니다. 그리고 나를 배셨을 때에도 그 높은 산에서 물을 길
어 나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았지만 나의
어머니는 아주 어여쁘신 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어머니를 세 살짜리 어린 자식이 "나가! 나가!"
하고 외쳐 댄 것이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이랍
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 길로 집을 나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창피한 이야기지만 내가 국민학교 6락년
때까지 오줌을 쌌었다고 합니다. 오줌을 싸는 것은 병이
라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내가 5학년 말
인가 6학년 때 큰어머니는 학세가 오줌을 싸서 큰일이다.
하고 말한 것이 아버지와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여, 나는
큰어머님집에서 떠나긴 싫었지만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