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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포항에서 |
| 한규동 |
어시장에 올라온 감포 생선들
살얼음 박스에 쟁여져 있다
경매사들이 종을 흔들며 어물전 생선들을 깨운다
겹겹이 포개놓은 넙치 생태 꽁치 고등어를 살피며
생선 박스 밑바닥까지 투시하여 본다
눈썰미 잣대로 어제의 생선들과 비교를 한다
감포 앞바다에서 바닥을 기던 넙치도
감포 연해를 휘어잡던 심해상어
오랜만에 들어온 도루묵도
어물전으로 올라올 땐
경매사들의 낯선 손짓에 달려 있다
생선들을 뒤집지 않고도 신선도를 보며
그 날의 등위가 매겨지는 투명한 세상이다
어제도 내일도 그렇듯이 살얼음 박스 같은 틀 속에서
값이 매겨진들 등위의 차이는 살얼음과 같다
문득 경매사들의 손이 나를 향하는 것 같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며 손짓을 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늘어지는 아랫배에 슬며시 힘을 주며
내 삶도 살얼음판 같은 틀 속에서
수없이 평가되고 등위가 매겨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포를 떠나며
살얼음 박스 안에 자신 있게 누워 있는 감포 넙치처럼
나도 살얼음 박스를 옮겨 다니며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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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리 새 |
| 장미예 - 경북 안동 대성국교 6년 |
일요일 날 왕재 밭에 곰도 따고 고추 있으면 줍고 하려고
갔다. 대번 가서 고추 밭을 보니까 한 개 두 개 빨간 게 있었
다. 그것을 줍고 곰나무를 보니 곰도 없고 해서 집으로 가려
고 하는데 집에서 데려온 개가 없어졌다. 그래서 개를 부르
니까 개는 새 한 마리를 물고 나한테로 왔다. 그 새는 죽어
있었다. 난 너무나 불쌍했다.
난 언니한테 가서 "언니야, 우리 이 새 묻어 줄래?" 하니
까 아버지가 그 새, 집에 가지고 가서 구워 먹는다고 했다.
난 그 말을 들으니까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 새는 좀 컸
다. 아버지께서 그 새는 콩새라고 했다. 난 "엄마, 이 새 어떻
게 해서 죽었노?"하니까 엄마는 꿩 약 먹고 죽었다고 했다.
난 그 새가 너무나 불쌍해서 손에다 꼭 안고 갔다. 가니까
언니는 니 시체 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했으니 난 꼭 안
고 집으로 갔다.
* 곰 : 고욤, 곰나무 : 고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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