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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비닛 |
| 진영대 |
사무실 한 켠에 낡은 캐비닛 하나 있다.
칠이 벗겨져 녹물이 흐르고
상처가 깊다. 그의 몸에
귀를 대고 다이얼을 돌리면
그때마다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린다.
나는 언젠가 그를 열었던 적이 있다.
다시 오마, 하고 그를 닫아버리며
비밀번호마저 그의 몸 속에 집어넣고
닫아버려서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그 동안 구석구석 녹물이 흘렀다.
끝끝내 비밀번호를 알 수 없는 나에겐
열어주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벽을 느낀다.
나에게도 그런 비밀번호 하나가 있어서
녹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열어줄 때까지
사무실 한 켠, 나는 캐비닛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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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떨기 |
| 김미숙 - 충북 음성 대장국교 6년 |
따스한 겨울 날씨였다.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에 서자
도리깨 치는 소리가 났다. 대문 안에 들어서니 할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도리깨를 들고 콩을 힘껏 내리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서 책가방을 놓고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집에서 콩을 떨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밥에서 구수
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정말로 오늘 점심같이 맛있게 먹어
본 일은 없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나도 도리깨를 들고 떨었다. 그런데 할
아버지같이 도리깨가 잘 내려가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나를
보시고는 다친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하도 재미가
있어서 자꾸 떨고 싶었다.
나도 얼른 커서 저런 것을 떨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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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연연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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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