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구름퍼즐

신수현

서해대교 가까운 바닷가에 와서
갯벌 저 너머 지는 해를 본다
붉은 구름의 퍼즐에
울컥 떠오르는 아버지 얼굴

아들 하나 없이 딸 넷
머리가 희도록 감싸주시던 아버지
어느 날 다 모여라
바닷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자시더니
여행 가방 머리맡에 놓으시고
먼길 훌쩍 떠나버리셨다
딸자식들 보고 가시려고 부르셨구나
애써 짜맞추었던 눈물조각들
구름떼로 모였다 흩어지는
저녁하늘

파도치는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와 온 하루를 살아내며
품안에 쓰다듬고 보듬던 것들 아슴아슴 어리는 슬픔 아는 듯이
어느새 다시 몰려온 저 구름 떼
혼자서 비틀거리는 내 눈에 물드는
붉은 글자의 퍼즐들

슬픔의 이별

김미옥 - 충남 누동학원 1년

내가 국민학교 5학년 2학기때, 우리 친오빠는 아니지
만 그 오빠 때문에 나는 무서운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하루는 갑자기 오빠가 술을 많이 마시고 와서 괜히 나와
엄마에게 나가라고 했던 것이다. 난 그때 그 오빠의 눈
을 본 순간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했다. 그때 왜 내가
눈을 보고 무서워했던가......난 왜 그랬었는지 모르겠
다. 아무튼 그 오빤 갑자기 부엌에 들어가 찬장이며......
닥치는 대로 부숴 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갑자기 울상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엄
마? 오빠가 왜 저래?"하고 묻자 엄만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무튼 오빠가 갑자기 엄마에게 무
어라 욕을 하더니 큰 몽둥이로 우리 엄마를 사정없이 내
리치는 것이었다. 나는 겁이 나서 엄마, 하고 엄마에게
매달리자 오빤 엄마를 때리다 말고 나를 발로 걷어차서
마당까지 떨어져 나갔다. 그때부터 난 지금까지 숨쉬는
것이 힘든다. 그때 나는 엄마, 하고 울면서 쓰러지자 오
빤 "나가서 아버지 데리고 와."하며 나에게 욕을 했다.
난 정신이 없어 그 다음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 보니 난 마당에 그대로 쓰러져 있
었다. 나는 악을 쓰며 일어나 보았더니 글쎄 엄만 피투
성이가 된 채 방에 누워 있고 앞길에서는 외삼촌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외할머니는 울고불고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와선 엄마를 보자 기절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하고 울어 버렸다. 엄마와 난 병원에 가서 치
료를 받았으나 나의 숨쉬기 어려운 것만은 고치지 못했
다. 이것이 나의 비극이며 살아 생전 엄마의 비극이라고
난 생각했다.
그 뒤 외삼촌이며 외할머니들이 오빠를 고소하라고 했
지만 엄만 아무 말도 않고 그 오빨 그냥 놔두었다. 그때
난 "엄마는 바보야. 왜 오빠를 그냥 두는 거야."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그 뒤 나의 슬픔은 계속되었다. 그건 엄마가 아버
지에게 헤어지자고 한 것이다. 오빠가 있는 한 헤어지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엄만 결정한 것이다. 난 그 소리를
듣고 또 놀랐다. 아버지와 헤어지기도, 엄마와 헤어지기
도 싫어서 울었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 누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난 "엄마하고 살래."하고 말
았다. 오빠하고 한집안에서 살기란 정말로 무서웠던 것
이다. 그래서 난 아버지와 정든 나의 집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아버지를 새로 모시게 되었다. 첫날,
언니들 생각이며 집 생각 때문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
다. 아버지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 아버지
를 만나면 울어 버리고 말 것이다. 요즈음은 좀 괜찮다.
정이 들었으니까.....언제 아버지를 만나게 될까?

짝사랑 그 첫번째 이야기
(부제 : 스물 여덟)
조서희

나는 아직 학생이다. 밤에는 동생의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락비를 충당한다. 귀여운 그녀. 그녀는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에 레코드 가게를 지난다. 지날 때마다 그녀는 꼭 가게를 한 번 보고는 간다. 가게 안을 보는지 가게 밖에 붙여 놓은 신보에 관해 보는지 아님 나를 보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작다. 그 자그마한 등에는 커다란 가방이 메어져 있다. 항상 주름펴진 치마를 입었고 아담해 보이지만 그녀에겐 조금 커보이는 남색 운동화를 신었다.

내 기억으로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구하기 힘든 뮤직비디오를 문의해 오던 날이다. 그때의 그녀는 그냥 학생이었다. 그녀는 다음날도 왔고 그 다음날도 왔지만 그녀가 구하려던 비디오는 아직 못 구했다. 그 다음날에 나는 대학 동창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가게를 쉬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그녀는 왔고 아직도 그 테잎은 구하지 못해서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날은 그녀와 똑같은 옷을 입은 친구 두명과 함께였다. 다른 날보다 더 활기차고 명랑했다. 그러고 보니 생각 난다.

몇 달전 때이른 더위에 선풍기를 틀어 놓고 텔레비젼을 보고있는데 재잘거리는 세명의 학생이 들어와 무슨 테잎을 사고 나가더니 가게 앞 인도에 서서는 갈줄을 몰랐다. 심심 했던 나는 계속 지켜 보았고 그들은 곧 헤어졌다. 그러다 다시금 돌아와 뭔가를 다짐하고는 둘은 건널목 쪽으로 한 명은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그때 그녀는 카키색 반바지에 레몬색 커다란 반티를 입고 있었고 크고 까만색 스포츠 샌들을 신고 있었다.

오늘은 그 테잎을 동생이 구해왔다. 테잎을 들고 기뻐하는 그녀를보고 나도 내심 기뻤다. 그녀는 지갑을 열면서 "얼마에요?" 물었다. 기쁨이 스며든 목소리였다. 나는 괜히 주인인양 "많이 기다렸을테니까 만 오천원만 주지."
했다. 그녀는 마음이 착한지 물었다. "정말 그래도 돼요?"

아님 내가 주인이 아니란 걸 알고 물었을지도 모른다. 우쭐해진 나는 고개로 대답했고 그녀는 작은 지갑에서 만 오천원을 꺼내어 주고는 친구들고 나가서는 또 무슨얘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있었다. 나는 여느때와 같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가게를 보았다. 그 순간 난 멈칫했다.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녀도 놀란듯 빠른걸음으로 갔다. 그 모습마져도 귀엽고 앙증스러웠다.

요즘 취직 준비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동생은 대학 안가고 등록금으로 가게를 차려 지금은 장가가도 될 만큼 저축해둔 돈이 많았다.난 장남으로서 대학에 갔으며 지금은 나의 꿈인 통역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자격증도 취득했다. 문제는 취직이 안되는 것이다. 내년이면 스물아홉. 부모님께서도 장가보내려 안달이실 것이다. 대학원 졸업하고 나면 맞선을 볼지도 모른다. 왠지 초조하고 불안하다. 벌어놓은게 없어서 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동생이 부럽다. 갑자기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에겐 남자 친구가 있을까? 없을지도 모른다. 가게를 지날때는 혼자이거나 늘 같이 있던 두명의 친구와 함께 였기때문이다. 그녀의 집은 이 근처인듯하다. 항상 그렇듯 학교 반대쪽에서 학교쪽으로 가고 그 쪽엔 버스 정류장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왜 반대쪽에서 오는 걸까? 아마 그녀는 착한 마음씨를 가져서 친구를 바래다 주고 집에 간 것일거다. 아님......남자친구를 만나고 오는 것일까? 하긴 그녀는 귀엽고 예뻐서 누구나 좋아할거다. 제 눈에 안경일지도...

오늘 취직 시험을 봤다. 어쩐지 붙을것 같다. 그 곳에서는 나같은 인재를 찾고 있으니까. 붙었으면 좋겠다. 제발...그래야 장가를 가든 할거 아닌가.

오늘 밤에는 창밖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늘 다니던 두 친구와 정류장 쪽으로 갔다. 길 건너편임에도불구하고 난 그녀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예상대로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던거다. 그 뒤로 난 건너편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합격통지서가 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초조했다. 오후가 지나도 편지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내일 구인 광고를 봐야 할 것같다. 이번이 몇 번째인가. 왜 내 재능을 못 알아주는 것일까? 졸업하기 전에 취직이 되어야 할텐데. 확 일본으로 떠버려!

일요일, 어머니께서 마련해주신 자리에 나가려고 잘 안입는 양복을 챙겨입고 교회에 갔다. 내가 만날 사람이 다니는 교회로. 교회입구에서 보았다. 그녀는 검은 바지에 횐 폴라, 까만색 자켓을 입었다. 여기에서 그녀를 볼 줄은 몰랐다. 그녀는 나와는 층이달랐다. 고등부 예배는 이층이었으니까. 오늘 내가 만난여자는 예뻤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아니였다. 그래도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는데...... 그래서 토요일에 약속을 했다. 그 여자는 인테리어 사무실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난 아직 학생이니까. 교회를 빠져나오면서 두리번 거렸다. 혹시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오늘 본 그녀는 성숙해보였다. 그녀와 내가 함께서면 어울릴까?

그녀가 문을 열고 뒷 걸음질쳐 들어왔다. 그녀는 왜 하는 짓이 모두 귀여울까? 그녀는 신보들 앞에서서 뭔가를 열심히 찾았다. 그러더니 끝내 찾지 못 하고는 나에게 물었다. "엔야 베스트 앨범 나왔나요?" 난 음반소식에는 깜깜하다. 그녀에게 조금 부끄러웠다.그래도 할 수 없이 "요즘 나오는 건가요?"
"네, 잡지에서 봤거든요.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던 가순데 돈이 없어서....
그래서 이 날만 기다렸죠......없나요?"

급히 장부를 뒤적였지만 그녀에겐 애석함만을 남겨 주었다. 동생 때문이다. 신보를 왜 안 챙겼냐고. 그녀는 알았다며 골목쪽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다른 레코드점에 간다는게 아쉬웠다.

토요일. 그 여자와 점심을 먹고는 걸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차란 사치품이었기때문이다. 동생차를 빌릴 수도 있었지만 그게 싫었다. 난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다. 평생을. 그 여자도 내가 별로 맘에 안들었는지 금새 헤어졌다. 약속도 없이...차라리 잘된일이다. 나도 그 여자가 맘에 들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별로 잘 된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녀가 왔다. 토요일인데 이렇게 늦게 까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저번에 말한 엔야 베스트 앨범있어요?" 다행이도 동생에게 재촉 했더니 있었다. 테잎을 보며 문을 열고 나갔다. 골목쪽으로 어김없이 사라졌다.

일요일, 어머니께서는 새벽기도를 나가셨다. 또 나의 취직과 결혼에 대해서 기도드리겠지. 이제 새벽 다섯시 삼십분이 조금 넘었는데 잠에서 깼다. 꿈에서 취직시험보는 꿈을 꿨다.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 면접, 면접관의 얼굴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얼굴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면접이 끝나고 여비서가, 참! 여비서도 어디선가 많이 봤고 내가 알고 있는 여자였다.누구였을까? 음....여비서가 합격한 명단을 부르는데 꿈이깼다. 개꿈이다. 항상 꿈은 이렇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면 꿈에서 깨버린다. 아쉽다. 다시 잠을 이루려 해도 이룰 수 없다. 아침이 되자 옷을 챙겨입고 교회에 갔다. 기도드렸다. 기도한다고 모든일이 다 잘 되진 않는다.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고등학교 다닐땐 시험보기 전날이면 기도했었다. 하지만 내가 놀고 게으름 피울때는 그 값을 톡톡히 치뤘다. 근데 기도하지도 않았던 그녀를 오늘도 보았다. 일요일은 오후 일찍부터 맞고 있는다. 장시간 혼자있으려니 입이 심심해서 오징어를 먹고 있었는데 그녀가 가게 앞에 있는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나는 오징어를 씹으며 가게 앞에 뭐가 붙여 있었는지 생각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라고 입을 움직였다. 귀여웠다. 그녀는 나의 무료함을 씻어 주었고 항상 느끼지만 그녀의 동작하나하나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녀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다. 서른이 내일 모레인 나에게 설래임과 기다림을 주기도 한 그녀이다.

스피커에는 지금 엔야의 '오리노코 플로우'가 세 번째 들리고 있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