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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집 앞 능소화 |
| 이현승 |
1
이를테면 제 집 앞 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쉼을 하고, 모든 적막을 뚫고 한바탕의 소요가 휩쓸고
갈 때, 어사화 같은 능소화 꽃 휘어져 휘몰아쳐지고 있을 때,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집의 좋은 향기에 가만히 코를 맡기고
잠시 즐겁다.
능소화 꽃 휘어진 줄기 흔들리면,
나는 알고 있다. 방금 내가 꿈처럼, 혹 무엇처럼 잠시 다녀온 듯
도 한 세상을.
2
말걸어 오지 않는 세상을 향한 말걸기.
언뜻언뜻 바람을 틈타고 와
확, 뿜어져 나오는 향기란
아무것도 예비할 수 없었던 도난사고처럼
툭, 어깨치며 떠난 자에게서 후발되는 것.
뒤숭숭한 꿈자리처럼
파편적으로만 나타나는 기억 속에서
징후로만 읽혀지는 것.
그러나, 감추어진 것을 향한 나의 짐작은 두렵다.
다 익었다는 것 속엔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열매도 없는 화초의 지독한 향기.
급소를 중심으로 썩어가는 맹독성
혼기 지난 여인처럼
꽃은 향기 속에 늘 부패의 경고를 담는다.
모든 향기의 끝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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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 |
| 권정애 - 안동 대곡분교 2년 |
학교에 오다가
꽁을 보았다.
꽁은
털털그며
높이 떠오른다.
오를 때
온 세상 위에
떠오른다.
1970년 4월 21일
*꽁 : 꿩
털털그며 : 털털하며, 털털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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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들녘
동그라미
산새 마다 구비구비로
초록빛 짙게 드리우고
하늘과 맞닿은 능선 사이로
어슴프레 들려오는 산자락의 소나무송
아득한가 하면 금새 다가오고
다가왔다 다시 달아나는 모습들!
하늘 저 편에 백두루미 날아 날아 어디론가 길떠나고
한낮의 태양은 제풀에 지쳐
전선줄 마냥 길게 늘어진 여름날!
전선위에 새초롬히 앉은 참새들도
마냥 졸고 있는 시간 속으로 질주하는 마음은
어느덧 님의 품에 안겨들고
한낮의 무더위도 내님 품에 스러 드니
아!
행복으로 가는 시간 여행 길 이어라
들녘가 스치는 길에 무궁화꽃 화사하게 줄지어
두손 들어 환영해 주니
님과 나의 마음 하나되어 꽃속에 영글고
싱그런 햇살 속에 마냥 행복의 나래 펼치누나
가는 길초마다 이름 모를 수많은 풀꽃들 춤을추며 노래하고
하늘빛과 하나된 강가에는
한가로이 물오리떼 노닐고
강태공들 낙싯대 길게 드리우고 앉아
세월을 낚아 강물과 하나되는 모습 속으로
길게 수놓는 여름날은 깊어만 간다
질주해 가는 님과 나의 마음 속
꿈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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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