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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가을 |
| 정진규 |
여름을 여름답게 들끓게 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가을이 왔다 모
든 귀뚜라미들의 기인 더듬이가 밤새도록 짚은 울음으로도 울음
으로도 다 가닿지 못한 어디가 따로이 있다는 게냐 사랑으로 멍
든 자죽도 없이 맞이하는 가을의 맨살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이
른 새벽길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바닷가 민박집 여자의 아침
상도 오늘로 접어야 하리 늘 비가 내렸다 햇살들의 손톱 사이에
낀 푸른 곰팡이들이 아직도 축축하다 부끄럽다 이 손으로 따뜻한
네 손을 잡겠다 할 수는 없구나 딸이 늦은 시집을 간다는 편지를
객지에서 받는다 노동의 지전을 센다 마지막 그물을 거두었다 이
러는 게 아니지 너무 오래 혼자 있는 가을에 익숙해졌다 서둘러
돌아가야 하리 왜 이토록 서성거리는 게냐 슬픔이 떠난 자리는 늘
불안했다 낡은 입성으로 오는 마지막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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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를 생각하며 |
| 권윤기 - 안동 농아학교 중 1 |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 어머니
를 편안히 모시고 싶다.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
리고 지금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계신다. 국민학교에 다
니는 동생이 둘 있다.
우리 아버지는 광부였다. 그런데 탄광에서 일하시다가
올 4월에 사고가 나서 갱 속에서 돌아가셨다.
난 결심을 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어머님을 편안
히 모시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쥐고 결심을 하였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갔
다 온다. 어머니는 우리를 낳아 주셨고 고생을 많이 하
셨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참
을 용기가 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께서 나를
보시고 하신 말씀 "공부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
어라."는 뜻을 받들고 싶다. 나도 우리 아버지처럼 훌륭
한 사람이 되어서 동생들을 대학교까지 보내고 싶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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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을> 시작노트 - 정진규
오해가 있을 듯 해 몇자 적는다 . 표제 <마지막 가을>은 홀로있음의 가을. 그 슬픔에 익숙해져 있는 오랜 내 비극적 인식으로부터의 초탈을 뜻한다. 가을은 이같은 그늘을 내 안에 깊게 드리운다. 이에 매이는 것 또한 벗어나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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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