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늪 |
| 김수복 |
어머니에게서 온 몇 년 만의 편지 속 비뚤비뚤한 글씨, 어릴 때 목욕하
던 대나무 숲 속의 늪과 같이 휘돌아 있다 목욕을 하다가 날이 선 돌칼
에 찔린 발목의 깊은 상처가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다
때로는, 증오에 불타 온몸이 달아올라 천둥 속에 있을 때, 늪은 몸을 불
려 내 몸 가운데로 흘러들어 붉게 달아오른 머리를 물 속으로 자꾸 쳐 박
았다
목에 물이 차올라 숨을 헐떡일 때마다 읽는, 어머니의 비뚤비뚤한 글씨,
대나무 글씨, 대나무 숲 바람 속에 늪은, 등불이 되어 걸려 있다
|
|
|
 |
| 어머니의 구두 |
| 김영희 - 서울 송정국교 6년 |
우리 어머니의 구두는 높다. 한 5Cm쯤. 나는 어머니
몰래 신장으로 가서 구두를 살짝 꺼내어 몰래 밖으로 가
져 나갔다. 어머니 몰래 구두를 처음 신어 보니 마치 처
녀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허락 없이 신은 거라 마음이 께림칙
했다. 아이들은 이 구두를 한 번씩 신어 보고 요리조리
다니면서 아가씨라 하며 뽐내었다.
한참 놀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 계셨다. 구두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
나 하며 마음을 죄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찾다 못해 그냥 방에 들어가셨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하여 얼른 구두를 벗어 신장에다 놓았다.
그리고 내 신발을 신어 보았는데 정말로 편했다.
그리고 혼자 '이런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언니들은
얼마나 불편할까?'하고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높은 구
두는 신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
|
|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기 전 늘 단골양화점에서 구두를 맞춰 신으셨다. 결혼 하고 보니 나의 반쪽은 평생 단골 양화점이 있었다. 우리는 일년에 딱 한번 네컬례의 구두를 산다. 지금까지 반쪽은 다른집 구두를 신어 본 일이 없다. 아부지와 똑 같은 그런 반쪽이 나는 참 이쁘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