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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텃밭 |
| 곽문연 |
무씨를 뿌려놓은 텃밭에
새싹이 빽빽하게 솟아나오면
어머니,
듬뿍듬뿍 솎아내셨다
실한 놈만 빼고 솎아내는 거여
아픔도 때로는 참아야 하는 거여
세상의 강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텃밭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솎아낸 무는 잡초인 거여
살아남은 놈의 밑거름인 거여
어머니의 뜰에
흰 무우,
회초리처럼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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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귀 쫓기 |
| 김일겸 - 안동 대곡분교 3년 |
1971년 7월 26일
오후에 풀을 비로 가는데 지게를 지고 앞산에 가서 참
꼬마골에서 빘다. 밤나무에 참매미 두 마리가 업해서 있
는 거 잡아서 보니 한 마리는 버버리고, 한 마리는 우는
매미다. 우는 거 날래 보내고 버버리를 또 날래 보내니 좋
다고 하면서 날아갔다. 꼴을 또 비기 시작했다. 한 아람,
두 아람, 세 아람, 네 아람 해서 지괴 놓고, 앞밭을 보니
까마구가 깍깍해서 까마구를 보고 까마구야 옥수수 네 먹
어라고 심어 났나, 하면서 돌을 가지고 후여 하면서 던지
고, 낫을 가지고 두 아람 더 비 가지고 집으로 왔다.
*비로 : 베러, 업해서 : 업혀서, 버버리 : 벙어리
날래 : 날려, 아람 : 아름, 지괴 놓고 : 지게에 얹어 놓고
까마구 :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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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는 대나무 전설이 지금도 이어지고
최후란
꼬끼오 수닭의 울음소리와
대나무 잎 새들 쓰악쓰악 부딪쳐서 내는 청아한 소리
내 고향 담양은 이렇게 아침 서곡을 알린다
어둠에 조용히 앉아 졸고있는 산봉우리 딛고서
태양은 하늘로 둥실 떠올라
대나무 숲을 써레질 하듯 날아다니며 어둠을 샅샅이 쓸어 낸다
어린 시절 개구멍 들어가듯 나는 조용히 대숲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머리와 어깨위로 쏟아지는 물 진주들이
온 몸을 두드리며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유년 시절 대나무 숲 사이를 달려 다니던
친구 얼굴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어 나올 것만 같았다
밑 둥 잘려 나간 그루터기마다 대나무 자리였다는 이정표를 읽게 한다
나에게 대나무들은 서로 자기들 이야기를 먼저 하겠다고 술렁거린다
먼저 가드다란 대나무 그루터기에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죽순시절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려다 간택에서 떨어져
그 때는 너무 속상해 슬퍼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슬픔은 잠시였고 훗날 단소로 만들어져
아름다운 궁녀의 입술을 빌려
구슬픈 소리로 천리 밖을 흘러 나가
임금님의 애간장을 녹여 가슴을 흔들었다고 한다
죽순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대기만성이라는 문구를 떠올리면서
또 다른 대나무 그루터기에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인의 손가락 끝을 피로 물들이는 아픔을 수 십번 겪게 하면서
여인의 아름다운 손끝 마술을 빌려 죽부인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어느 사내 품에 안겨져 올 여름을 보내었다고 한다
대나무들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오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어본다
봄이면 동네 친구들과 대바구니 옆에 끼고서 궁둥이 흔들어 대고
밭두렁, 논두렁, 들판을 쏘다니며 나물을 케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이렇듯 우리고장 담양에는 숨겨져 있는 전설이 많다
지금도 대나무 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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