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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에서 원숭이를 보았네 |
| 이기성 |
어두운 구름장을 지고 사람들은 빨리 걸었네. 거리엔 알 수 없는 노래
쿵쿵 흐르고 값싼 기름 냄새 떠다니는 황홀한 저녁, 꽉 막힌 차도에서 사
내들은 경적을 울려대고 어린 여자들은 꽃을 사네. 은행나무 아래 쭈구
리고 앉은 저 떠돌이 여자 황토빛 얼굴 검붉은 입술 옆에 퍼런 비닐끈에
묶여 있는 그를 한 눈에 알아보았네. 누런 가죽을 뒤집어쓰고 라면상자
속에 쭈구리고 앉아 손톱을 물어뜯는 늙은 원숭이, 헝크러진 길을 꼭 쥐
고 있는 새까만 손바닥 꽃은 시들고 허옇게 벗겨진 머리 유랑의 시간을
조금씩 뜯어먹으며 여기까지 흘러왔네. 휘둥그레 거리를 휘둘러보는 눈,
누군가 차가운 손을 내밀었나, 허공의 젖꼭지를 붙들려 필사적으로 달려
드는 검은 원숭이, 그 불길하고 추악한 허기가 들러붙을까 구경꾼들 화
들짝 놀라 흩어지고, 거리엔 아직도 알 수 없는 노래가 쿵쿵 흘렀네. 사
내들 침을 뱉으며 경적을 울려대고 어린 여자들은 붉은 꽃을 사고, 그 꽃
으로 누군가의 뺨을 후려치는 저녁이 또 오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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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 |
| 김용구 - 상주 청리국교 4년 |
독 새에 풀 한 포기 억지로 빠져 나와 해를 보려고 동쪽
으로 고개를 드는데, 동생들이 호매로 쪼아가면 그 풀 뿌리
는 또 억지로 나오니라고 얼마나 외로이 얼마나 애를 먹을
까?
* 독 : 돌
호매 :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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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솜털구름
난 울고 있습니다.
삶이 아쉬워 울고 있습니다.
가슴폭에 잠겨
되삶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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