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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하나 부러진 밥상에 오늘도 밥이 오르고 |
| 유희수 |
1
마른 찬에 마른 밥을 먹는다 턱을 괴고 한쪽 다리를 꼬고 꾸역, 꾸역, 홀로
마른 밥을 넘긴다. 그때가 좋았지 둥근 밥상에 둥근 얼굴들, 찬바람 부는 들
대 수매금이 가랑잎에 치일 때 넘기는 밥알보다 토하는 한숨이 먼저 여물던
아버지의 땅, 얼른 가야지 얼른 가야지 먼산 그늘로 사륵사륵, 된서리 내린 눈
썹길이 자꾸 선산으로 길어지던 할머니의 젓가락질, 시래깃국 감자알보다 가
슴 속 멍울이 먼저 씹히던 때, 일곱 식구 열 네 다리로 꺼지는 밥상머리를 일
으키며 일으켜 가며 그래도, 그래도, 턱 아래로 밥을 당겨 한 공기씩 다 먹던
때, 떠난 사람이야 성황당 돌탑만큼이나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을 뉘 몰랐을
까마는 그 시린 무릎 속으로 밤이 걸어 들어와 꽹과리를 치다가 요령을 흔들
다가 할머니의 이맛살 질척거리는 주름길로 이냥 흘러가고 싶던 때에도 무너
질 수 없는, 맘이야 아픈 것도 떠난 사람 몫인 것을
오늘도 할머니는 애기돌 하나 얹어놓고 가시고
2
아파트 단지 앞에 버려진 밥상이 서, 있다 찬도 잃고 국도 잃고 수저도 잃고
장단마저 잃은 밥상, 밥상은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어느 눕지 못하는 맘일까,
고동색 가방 손잡이를 꾹 움켜쥐며 서울 어디, 봉제공장으로 벌이 간 맏이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컥벌컥 까만 신기루를 대접째 마시는, 사막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까, 바람 속에, 다리 하나 부러진 밥상이 서, 있다 바짓가랑이를
바람에 날리는 저것은, 날리면서도 꾸벅꾸벅 걸어가는 저것은, 꼭 누굴 닮았
는데 끝내 난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서, 있는 밥상에서 땀이 난다. 마른 찬에
안 넘어가는 마른 밥을 냉수로 넘길 때 식은 젓가락, 더러 메나리 장단을 매기
며 어머니의 땡볕을 생각할 때에도 난 자리 쪽으로 피가 쏠리는 남은 자의 몫
으로 끝끝내 서, 있는 저것은
3
괜찮아요 어머니, 저는 잘 지내요.늦어도 아침밥은 꼭 챙겨 먹구요,미역국
도 이젠 간이 맞아요. 미역줄기의 푸른 울음은 어젯밤에 벌써 찬물에 불려 뒀
구요, 동태는 눈깔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불린 슬픔은 먹을 게
많다는 것도, 알아요, 맛있어요, 참 맛있어요. 구두 뒤축도 쓸만해요, 아직은
걸을만해요,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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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차 |
| 박대영 - 부산 대양중 2년 |
시장에
철거차가 오면
시장 바닥은
난리가 난다.
노점상 아주머니들은
재빨리 물건을 걷어치워야 하고
가게 사람들은 재빨리 천막을 걷고
길에 놓은 물건들을
걷어들여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길에 놓은 물건들은 모두 실어가 버리고
천막은 끊겨 버린다.
하루 4천 원씩 벌어서
그날그날 사는 아주머니들을
그렇게 울려 놓고서도
그네들은
도로 정리를 잘했다고
박수 치고 표창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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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에
쌈박
팔월엔 계절보다 아름다운 살람들이 있다
상처받은 이름으로 계절의 귀퉁이에 서서
오늘이 일년보다 긴 삶의 여운임을 시시각깨닫다가는
금새 시간속으로 모두를 보내고
웅크리고 앉아서
오늘은 팔월보다 두배나 커보이는
서운함과 우울함
다 그렇게 살아가는것을 아는
팔월의 몽상가들
사람보다 아름다운 계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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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