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김칠용

차승호

홍 선상네 닭 키우던 움막이었지 신접이라고 차린 게 말여 딴 때는
괜찮아도 오늘처럼 비만 왔다하면 바람벽에 밴 닭똥냄시가 스멀거리
는 거여 오래 신은 양말 냄시와 비슥한 것이 말여 창자 깊숙이 자리
잡은 배냇젖이 다 넘어 올라고 그래 그러면 옷을 있는 대로 다 껴입고
문이란 문은 죄다 열지 얼금얼금 이엉 틀어 올린 지붕이라는 게 변변
하기나 한가 방으로 부엌으론 엄지만한 굼벵이가 떨어져 굴러 댕겨
우리 집에서 살진 놈들은 그 놈들밖에 없었어 얼마나 살이 쪘던지 기
지 못하고 굴러 댕겨 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 있잖어
그거 허연이 아녀 내가 증인이여 증인. 우리 마누라! 말도 말어 홍 선
상네 식모였어 아녀아녀 홍 선상님이 푸대접했다는 게 아니고 말여
그집 노마님 속빨래까지 해줘 가며 억척스럽게 살았다는 얘기여 그런
디 말여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말여 외진 곳이라 누구 하나 오는
사람 없고 봄이라고는 해도 한기가 치밀어 오르잖어 이 문 저 문 다
열어놓고 말여 지금은 쭈구렁이가 됐지만 우리 마누라 그땐 참 고왔
지 둘이 꼬옥 껴안고 있으면 말여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구 낭만? 새
로 나온 남방 이름인감 낭만은 무슨 낭만 자, 술이나 한잔 더혀 이게
이래봬도 이태 전에 묻어놨던 송순주여 송순주

소나기

김진복 - 상주 청리국교 4년

소나기가 오니 아이들이 마구
떠들어 대니
소나기가 그만 시끄럽다고
안 오는 것 같다.

1964.7.2.

나는 비오는 새벽이 좋다
42b

나는 비오는 새벽이 좋다.
나는 비오는 새벽의 그 푸르름이 좋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묘한 설렘은 어떻게 표현할 수 가 없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는 것이 아직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는 나만의 해석을 만나 나는 조금더 느긋해 질 수도 있고, 비가 많이 와서 혹시, 나의 일터로 나가지 않아도 돼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해 보게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설레이는 것은, 오늘은 얼마나 파랄까? 하는 그런 묘한 기대이다.
내가 처음으로 맞은 새벽!
그날은 비가오는 날이 었다. 조용히 내리는 그 보슬비는 나의 눈에 보이지 않게 땅을 적시어 가고 있었다. 손에 든 우산이 무색해 보이는 그 비 속에서 나는 아직 뜨지 않은 해의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 맞을 그 모습을 내심 기대하는 나에게 일출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푸르름이 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그런 것이리라... 나는 우산을 손에 들고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것은 그만큼 그 비가 너무도 가녀렸기 때문이리라...생각해 본다.- 새벽은 이렇게도 파랗구나... 태초의 그 신비를 가진듯한 푸르름에 나는 전율했었다. 마치 파란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니 그런 인위적과는 차원이 다른 그 푸르름은 마치 소프라노의 노래 속 클라이맥스에 다다랏을 때 느끼는 그런 전율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해는 뜨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바다를 바라봤지만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바다가 해를 토해놓을 때의 조짐같은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아 버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아! 비가 오고 있었다. 비는 한참 전부터 내리고 있었지만... 나에게 비는 그 순간부터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굳이 우산밖으로 손을 내밀어 그 비를 확인해 보았다. '이 비가 세상을 이렇게 파랗게 만들었구나...'생각했다.-분명 그 날은 내가 처음 맞은 새벽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나로서도의문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그 푸른 빛이 비로 인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늘 밝은 빛에 감싸여, 그 빛을 그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없었던 그 푸르름이, 해를 막아선 이 가녀림 빗줄기 앞에서 그 진정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나는 온 몸이 떨리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환한 그 빛 뒤에 숨겨져 있었던, 그 푸른 빛을 찾았다는 그 푸른 빛속에 서 있다는 어떠한 설레임 이었으리라...
하지만, 비는 곧 그쳤다. 그 가녀린 비는 더이상 버티어낼 힘도, 버티어 내서도 안되었던 것이다. 햇살에 무릎을 꿇듯, 이제 자신의 일을 해야 겠다는 듯 그렇게 가늘게 비는 멈추었다. 바다위의 푸른 빛은 조금씩 조금씩 붉은 빛을 토해 내었다. 파란 빛위로 조금씩 조금씩 붉은 물감을 괴어 내었다. 마치 파란 색지위에 조금씩 조금씩 붉은 물감을 칠해가듯이... 그린곤, 마침내 그 빛은 끝내 바다위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동그란 공 하나를 뱉어 내었다. 푸르름이 아프게 뱉어낸 그 빛은 점점 세상을 투명한 자신의 빛으로 채워 나갔다.

비오는 새벽! 나는 투명함을 뱉어내는 그 푸르름을 보았다.
밝은 빛을 토해내고 그 뒤에 숨어 그 빛을 지키는 잠든 후의 그 푸르름을 보았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