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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 장롱 1 |
| 김수영 |
내가 자는 작은방 머리맡에는 오동나무 장롱이 하나 있었다. 장롱을
만든 나무는 할머니의 태를 뭍은 나무로 할머니의 할머니가 뒤뜰에
심은 나무였다. 베어져서 오랫동안 그늘에 마른뒤 대패에 몸을 맡겨
뒤틀리고 무른 자리 다 깎여 나간채, 결 고운 오동나무 장롱이 되어
할머니가 시집올 때 우리집에 실려왔다. 이불장과 큰 서랍 두 개 작
은 서랍이 세 개인, 아버지보다도 나이를 더 먹은 장롱은 아직도
내 머리 맡에 서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아무도 몰래 장롱 속으로 기어들어가 긴 꿈을 꾸며 잠이
들어버리는 통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다음날 꿈 얘기를
하자 할머니는 말없이 웃으셨다. 혼자 있을 때 장롱을 뒤지며 노는
내게 장롱은 오래된 항기와 빛으로, 할머니와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
니의 할머니,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늙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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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손 |
| 김명환 - 강원 사북국교 6년 |
아버지의 손은 거칠거칠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보고
아버지, 우리도 시내로 나가요
하고 말씀드리면
명환아,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자, 하고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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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 몽돌 해수욕장
프리지아
돌이 되어
파도 따라 휩쓸리고 싶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의 해골이 되어
널 그리고 싶었다
바람 차거운 날
다시 찾은 거제도
먼 곳으로부터
바다의 가을이 밀려오고
높은 파도
거대하게 무너지는 곳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네 아픔 대신하고 싶었다
소란스럽지만
일정하게 부서지는
돌들의 함성
부지런히 다가오는 어둠
하늘에 걸린
서슬 퍼런 달조각 밑에
작은 여자 하나
맨발로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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