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숨은 길

김정구

어찌 고운 꽃길만 있으랴
봄여름가을겨울
어디 고운 꽃만 피어있으랴 어쩌다
마른 풀 짓눌린 돌길을 가다 가시 아주 무성한
그래서 이름만 꽃인 꽃을 오래 만져 본다
비 오면 진흙길에서 피어나는 그런 꽃이거나
가문 땅 꼭대기에서 피는 듯 지고 없는
만주바람꽃 모데미풀꽃 꼭꼭 숨어있는 돌밭을 지나
끊어진 듯 잠든 길이
무더운 숲속에 누워 있다가 어느날
새벽잠 깨었을 때 날 오라면서 몸을 열면
내 마음보퉁이 하나 편히 메고 가는 길
향기도 없는 먼지 자욱한 외로운 길이 있어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길 내 앞에 있어
혼자서 좋아 길을 나서면
어느새 저만큼 네가 앞서가는 숨은 길
아, 가슴 속에서 이렇게 환한

내가 하는 일

주혜정 - 경북 의성 금성국교 5년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아기를 본다. 그건 어
머니께서 논에 나가시고 계시지 않으시니 내가 아기를 본다.
어제도 학교에 다녀와 아기를 보았다. 아기를 보다가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니가 아기를 본다. 그 때야 청소도 하
고 숙제, 공부 등 여러 가지를 한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이다.
어느 날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숙
제를 하고 있으니 무슨 소리가 나 밖으로 나가니 동생이 청
소를 하고 있어 "아 참, 내 정신 좀 봐. 청소를 한다고 했는
데 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얼른 청소를 시작하였다.
어느 날 내가 숙제를 하고 있으니 동생이 "언니, 오늘은
언니가 청소 좀 해!"하고 말했다. 그래서 숙제를 하다 말고
뛰어나와 청소를 하였다.
그래서 그 날 이렇게 생각하였다. 동생과 내가 하는 일을
정해 놓고 일을 하기로 하였다. 동생은 작은방 청소와 어머
니 심부름하기, 나는 큰방 청소와 빨래하기로 정했다.
나는 어제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큰방 청소와 빨래를 하
고 나니 피곤하였다. 그래서 낮잠을 잤다. 내가 잠이 깨니 벌
써 저녁때였다. 그런데 동생은 청소를 다 해 놓고 놀러 나갔다.
그 때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그런데 동생이 어머니 심부름
을 하여야 되는데 놀러 나가 보이지 않아 내가 동생 대신 어
머니 심부름을 하였다.
그런데 동생이 심부름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한 것 같았다.
나는 어머니 심부름을 마치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
으니 동생이 들어왔다. 그래서 동생을 불러 "너 어머니 심부
름하는 것이 힘들지 않아?" 하고 물으니 "좀 힘들기는 해
도......"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하고 바꿔 하자고 하니 "그래 좋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동생은 큰방. 작은방 청소하기
로 하고, 나는 빨래와 어머니 심부름을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동생하고 하니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아도 우리 집
환경이 더 좋고, 우리 둘이가 무척 부지런하다는 것을 깨닫
게 된다. 그런데 언니가 아기를 보는 것이 또 문제다. 그래도
동생은 그냥 그대로 하자고 하여 동생과 나는 매일 열심히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는 중이다.

위기의 순간, 포켓몬이 도와주다.
행복한

토요일이라 아이들 신발을 죄다 꺼내놓고 빨았다.
큰 아이는 발이 벌써 내것 만큼이나 자랐다.
키도, 발도, 몸집도 어느 사이에 훌쩍 자라버렸다.

며칠전 일이 생각나서 혼자 키득거려본다.
학교에서 도서바자회를 한다기에 잠깐 다녀왔는데 협찬 했다는 출판사 이름을 보고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구색만 갖추고 별 사주고 싶은 책이 없어 구경만 하고 돌아섰다.
좀 뒤처져서 따라온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책 한권.
얼핏보니 표지 그림이 예쁜,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듯 싶은)여자아이가 그려져있다.
"뭐니 그게?"
"그냥 보고싶어서요"
책 제목을 보니 -사춘기의 비밀 "너는 알고있니?"- 라고 되어있다.
"뭘 그런걸 가져왔니?"
"그냥요.."
더 뭐라고 하려다가 그냥 두었다. 저 속에 뭐가 씌어있나 궁금하기도 하면서..
우리 집은 어느 쪽이냐하면, 비교적 성교육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있다고
자부하고있지만 그게 깊이 들어가면 얘기하기 난감한 부분이 있는거라서 당혹스러운 질문을 해대면 우물쭈물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참이다.

저녁밥이 끝나고 텔레비젼을 보는데 문득 여자의 달거리 얘기가 나왔다.
큰 아이 낮에 본 책의 "독후감"을 유감없이 풀어놓는구만..
"여자는 참 불편해 한달에 한번씩 그걸 해야하니 그죠 엄마!"
"뭘 누나?
"한달에 한번 월경하는 거 그거."
"아앙 그거?'
"그게 뭔데 너 그거 아니?" 작은 아이 아는체에 후다닥 내가 묻는다.
"그럼요!" 하고 자신있게 말한다.
"뭔데?"
"난자잖아요! 그거! 여자는 난자를 만들고 남자는 정자를 만들고 "
의기양양하면서 대답이다. 그리곤 지 누나를 쳐다보면서,
"근데 그거 어떻게 한달에 한번 하는거야 누나?"
"응 그거 애기를 못 만들면 몸밖으로 나오는거래 "
"으응....근데 누나, 남자도 한달에 한번 하는건가?"
나와 남편 웃음을 참으면서 누님의 고매하신 답변을 기다리는데...
"아니! 남자는 그냥 아무때나 정자가 나와 그냥....'
그러면서 눈으로는 내 지원을 기다린다.
나의 어정쩡한 답변,
"그건 니가 좀 더 자라면 자고 있을 때 나오든가, 화장실서 오줌눌 때 나오기도 한대.
애매모호한 채로 답을 하자
우리 누님 여지없이 나의 무식을 힐난하며 내뱉는 한마디.
"응 그건 니가 성적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거야.!"
우리 부부 아연해서 쩔쩔 맴.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서둘러 물어보니 우리 딸 왈,
"몰라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엄마?"'
우물 쭈물하는 우리 둘.
외면하고 앉은 아빠 대신 나의 어정쩡한 답변이 다시,
"으응 그건 말이야...음...설명하자면..
너 오줌이 막 마렵지"
"응"
"그런데 되게 오래 참다가 화장실 가서 누지.?"
"응"
"그럴 때 기분이 어때?"
"시원하고 좋지?"
"응 그거랑 비슷한 거야. 좋은 느낌"

두 아이 동시에 알았다는 듯 "
으응 그런거구나 난 또..."
남편 왈 "그게 어째 그런거야? 뭘 그렇게 얘기 해 ?"
"그럼 자기가 설명해줘요. 비슷한거 아닌가? 잘 모르겠네."
"하여간 그런건 아냐!"하면서 아이들 눈치를 살핀다.
때마침 TV 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을 한다는 광고가 나온다.
"와! 포켓몬이다"하며 금새 관심이 다른 데로 간다.
"휘유...'위기의 순간이었다.

덩치만 크는 것이 아니라 속도 점점 자라가고 있는데,앞으론 이런 위기의 순간이 더 자주일텐데 어떡하나, 참 부모노릇하기 힘드네
갈 수도 안 갈수도 없는 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