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마음에 심는 나무

조덕자

사람들 속에서 일상을 달그락 거리다가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을 때
가 있다 그런 날, 더욱 비가 오는 날이면 친구가 그어 놓은 삶, 그 삶 속
으로 나는 유유히 걸어 들어간다 쑥부쟁이 지천으로 피는 실개천을 따라
돌다가 오종종한 여뀌풀들이 발을 담그는 쯤에서 나는 친구가 만들어 놓
은 생의 우주를 만나곤 한다 언제나 그기엔 투명한 웃음이 있다 흘러가는
물소리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밭고랑에 주저않은 쪽 씨들이 다투어 피는
소리 들을 수 있다 털다 만 들깨다발이 흥겨운 오후를 보내 곳, 흙구덩이
를 파고 나무의 뿌리를 세워주는 친구 옆에서 나는 맨발로만 서 있어도
행복한 시간들이 된다는 것을...자기만의 우주에 나무를 심고 있는 친구
의 작은 등만 바라보아도 알 수 있다 땀이 송글송글 미소로 번지고 나는
내 마음에도 푸른 나무 한그루 심는 법을 친구에게서 배우고 있다

담배

성은주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5월 18일
오늘 오전에 논에 가 보니 많이 컸다. 나는 자를
가져가지 못해 재지는 않았지만 많이 컸는 것 같았다. 내 손
한 뼘은 되었다. 엄마가 잎 안에 흙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
셨다. 나는 조심해서 흙을 넣었다. 흙을 안 넣었을 때는 컸는
데 흙을 넣으니까 작았다.

5월 21일
오늘 논에 가 담뱃잎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잎의
가로의 크기는 약 25~30센티미터였고 세로는 약 10센티미터
였다. 잎은 다섯, 여섯 개였고 무척 많이 커서 바람이 불어
넘어진 것도 있었다. 담배가 빨리 크는 것 같다. 흙도 더 덤
부어 주었다. 그리고 잎이 썩는 것도 있고 바짝 마른 것도 있
었다. 그리고 풀도 많이 났다.

5월 25일
오늘 소 믹이로 가다가 담배를 보니 컸다. 가까이
서 보니 내 무릎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밑에 논에는 무릎을
좀 올라오지 않고 내려간 것이 많았다. 나는 소 풀 먹이를 먹
이는데 그 때 약을 쳤기 때문에 딴 곳으로 가서 먹였다.

5월 28일
담뱃잎을 보니 담뱃잎이 넘어져 있었다. 나는 일
으키려고 하였으나 꺾어질까 봐 일으키지 않았다. 그리고 자
세히 비닐을 보니 밑에 잔잔한 벌레들이 수없이 있었다. 나
는 엄마께 물어 보니 괜찮다고 하여서 그냥 놔 두었다.

5월 29일
논에 일을 하러 가는데 담뱃잎을 보니 너무 커서
기절을 할 뻔하였다. 내 허리에 다 와 있었고 잎도 열 게가
넘었다. 나는 앉아서 보니 개미만한 벌레들이 있었다. 풀은
조금뿐이고 비닐 안에 풀이 조금 있었다.

흐르는 강물
수국

가만히 앉아 창문 열어 놓고 강물을 바라보니
물결이 내마음의 파도처럼 조금씩 일렁인다.
여자이기에 정말 필요없는 재능이 있을까.
지나가 버리면 모두가 흐르는 강물이로구나.
그렇게 평온해질까.
글쓰고, 사색의 테두리가 결혼한 여자의 몫이 아닐까?
느닷없이 따라나선 밤낚시
춥다고 차에 앉아 불빛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괜한 생각이 든다.
며칠 시어머니 와 계신 집은 내게 불편한 남의 집 같았다.
남편의 배려일까?
한밤중 나가는 낚시가.
하루 종일 나는 나쁜 며느리, 아니다 나는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친구의 위로가 받고 싶어 보낸 메일의 답장이
내마음의 상처만 건드린 꼴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편치않은 내심사를 흐르는 강물에 가만히 놓아 보낸다.
나이가 먹어 불편해지신 어른을 내가 너무 나쁘게 본 것은
아닌지 어린애처럼 변한 어른을 이해 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나자신의 미래를 상상한다.
열심히 살다 넉넉해지면 글도 열심히 써서 못다한 능력을 꺼내어
마음의 부자가 되자고.
몇마리 작은 붕어를 다시 놓아주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좀더 밝고 넉넉해진 얼굴로.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