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깨끗한 거짓

김영교

앞으로 거짓말을 하면 잊지 말고 어디에 꼭 적어두렴 가계부를
쓰듯 그것은 얼마짜리고 어디에서 썼고, 누구에게 어떻게 언제 요
리했는지 적어두렴 그리고 월말쯤이면 통계를 내 필요이상의 거짓
을 지출한 적은 없는지 좀더 맛있게 거짓말을 해야 했거나 거짓에
거짓을 보태다 그만 진실이 되어 버린 일은 없는지 반성해 보렴 습
관이란 길들이기 나름 깨끗한 거짓을 위해서는 다음 지출할 진실도
미리 챙겨두렴 식구 친구 동료들에게 나누어 줄 진실을 이불 속, 차
속, 화장실 어디에서고 생각날 때마다 그때그때 적거나 외워두렴
그리고 말할 때마다 절대 입가에 난 사마귀를 만지거나 정말로라는
토를 달지 말고 깨끗한 표정을 짓는 연습도 해 두렴

담배

성은주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1983년 4월 25일
이제부터는 담뱃잎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
겠다. 오늘 담뱃잎을 보니 많이 커서 비닐을 째 주니까 쭈그
러진 담뱃잎이 활짝 폈다. 자로 재니까 약 6.3센티미터였다.
아직 작은 것은 째 주지 않았지만 작은 것도 조금만 있으면
째 줄 것이다. 담뱃잎은 참외보다 훨씬 일찍 끝낸다고 하였다.

4월 27일
오늘 논에 가 보니 담배 이파리에는 흙이 좀 있었
다. 오늘은 그 때보다 별로 차이는 없는데, 어제 바람이 불고
비가 왔기 때문에 흙이 담배 구덩이에 무너진 것도 있었다.

4월 28일
학교 갔다 와 논에 가서 담뱃잎을 보니 축축하였
다. 오전에 비가 왔기 때문에 구멍에도 물이 있었다. 우리는
처음 담배 농사를 하기 때문에 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다. 담
배 옆에 깔아 놓은 비닐 밑에는 풀이 자라고 있었다. 나는 이
상해서 뽑았다. 그러나 많이 나 있어서 다는 못 뽑고 조금만
뽑았다.

5월 3일
오늘도 다른 날과 같이 논에 가 보았다. 거기엔 어
머니 혼자 일하고 계셨다. 담뱃잎을 오늘도 자로 재어 보니
잎의 크기는 16.7센티미터였다.

5월 6일
일찍 논에 가니까 담뱃잎이 조금 시들어 있었다.
나는 비닐을 까 주고 난 다음 잎을 펴 주었다. 그 다음 자로
재어 보니 어제와 조금도 다른 것이 없었다. 잎이 어제보다
많이 시든 것뿐이었다. 또 하나를 재어 보니 이것은 싱싱하
고 크기도 하였다. 비는 오지만 기분은 좋았다.

5월 9일
우리 식구 모두 다 일하로 논에 갔다. 나는 비닐에
딱 붙은 것을 떼고 동생은 논 길이고 언니는 담뱃잎 잡고 어
머니는 흙을 넣고 하는 일이다.

어느 일요일
단산

아내와 함께 고석정에 가 보았지.
오래된 기억속에
아련한 그 정자와 시퍼렇게 맑아진 물
고래라도 살려나,
용이라도 날아오르려나,
그렇게 물 맑고,
시원한 곳이었다.
아내는 연신 탄식을 했다.
아!
아름다운 곳
이곳이 바로 꺽정이가 숨어서 기를 기르던 곳이라니,
따라나선 철우는
맑은 물과 모래를 보자마자
모래성을 쌓으면서
세상을 잊었다.
우린 사진이라도 찍어 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아랑곳 않고
물결에 쓸려가는 모래성만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통통배를 타고
그 옥빛나는 물결을 가르면서
물 속을 들여다 봤다.
분명 잉어 메기 쏘가리가
춤을 추면서
살고 있겠지.
뱃 난간에 기대선 선장
자랑삼아
지난 여름 쏘가리 잡았던 이야기로
함박웃음이 되었다.

피안정사에서
단풍을 만끽했다.
이속에도 분명 부처님의 자취가 서려있겠지.
고색창연한 정사에서
가부좌를 하고
묵상에 잠겼다.
심신을 잠시 쉬게하려고,
성현의 가르침 찾아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헤메이는 내 영혼
잠시 가을 바람과 안온한 정취에
던져 버렸다.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의 문을 열고 깊이 들여다 보았다.
그대 진정 아내를 사랑하는가?
그렇다.
누가 당신의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하겠는가?
바로 당신
그대는 얼마나 아낼 아프게 했던가?
헤아릴 수 없구나...
이제부터라도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리라.
이 세상 끝 나는 날까지,
하나 하나 세밀히 살피면서
진정
마음 아프지 않게 하리라.

문산 통일 공원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베드민턴을 쳤다.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지?
놀라운 아내의 베드민턴 실력,
철우는 셔틀을 높이 처 올리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수정 농원으로 갈비를 먹으러 갔다.
아내와 알고 지내던 그 분이 바로 주인장
내 눈엔
주인이 아니라
종업원도 그런 종업원이 없었다.
촌티 그대로...
아내의 말
'결국엔 남 좋은 일'
그래 맞아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것
격을 지키리라.

왕건이란 드라마 보면서
사람의 운명
하늘의 보살핌 뒤 따른다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도사리게 된다고...
잠시후
난
깊은 밤 잠을
꿀보다 더 달콤하게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