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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궁에서 놀다 |
| 박진성 |
할머니가 죽었다... 육십 년 전 홍수洪水로 대평리大平里 들
이 물이 잠기고 신작로 사거리 방앗간에서 고추를 빻으셨
다 천 마지기라던가 논이 순식간에 몹쓸 땅으로 변하고 할
아버지의 늦은 귀가, 할머니 물빛 손이 싸전 공터로 금강의
물을 끌어왔다
오일장 끝나는 해거름에 당신은 자그마한 내 것을 씻고
또 씻으셨다 붉은 다라이 안에서 나는 물고기였다 할아버
지가 다라이 통째로 엎었을 때, 나는 금강으로 나아갔다 할
머니 물빛 주름이 내 몸에 찍혔다
수초 같은 나무들 사이로 할머니 작은 텃밭, 그곳에서 나
는 자랐다 옥수수와 붉은 고추에게서 고요를 배웠다 열매
를 밀어내는 식물 뿌리보다 더 깊은 강이 어디 있는가
할머니가 죽었다...폐를 자르고 입을 막고 아가미로 숨을
쉬겠다 애초부터 나는 물고기였으니 저녁이여, 강이 나를
가두면 흰 고무신 속에다 수궁水宮 지으리니 나는 할머니가
방생放生한 물고기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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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꾸중하시는 말씀 |
| 임순천 - 상주 청리국교 4년 |
시를 써서 선생님께 내니까
"이거 생 억지다. 아버지 주름살이 뭘
알려 준다. 고맙다, 하는 것은 억지다.
다시 한 번 더 써라."
하실 때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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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수 놓으며
불이
그대에게 줄 십자수를 놓는다
혼례복입은 아름다운 신랑과 각시
꿈을 꾸었다
세월의 강 깊이 흘러 왔어도
원앙으로 살고 싶은 꿈은
날개가 접히지 않았다
그대에게 줄 십자수
놓다가 멈춘 바늘이
헝겊 한귀퉁이에서 졸고
심심한 날 잠깐 한땀을 수 놓느라면
먼 꿈의 그대는 더욱 멀어져가고
졸음겨운 사랑하나
하품하는 입속으로 삼켜진다
그대에게 줄 선물이 언제쯤이면
저 하늘을 날아서
저 바다를 건너서
그대에게 전해 지려나
사랑하다 멈춘 손으로 놓는
십자수로 만들어질 신랑각시는
오늘도
내 눈앞으로 다가와 앉지만
완성할 수도 그만 둘 수도 없는
사랑이 되어
시간의 때만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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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